우주 물질
우주 물질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는 검은 에너지
한때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 공간이 아무것도 없는 진공으로 되어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우주는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감각으로 볼 때 지금도 진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대기권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어떤 기계 장치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초진공 상태이다. 그런데 과연 별과 별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청명하게 맑은 날 밤과 안개가
낀 날 밤의 야경을 비교해 보자. 맑은 날에 비해 안개가 낀 날의 가로등이 더 희미하게 보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스위스 출신 천문학자인 트럼플러(Robert Julius Trumpler, 1886~1956)는 이러한 원리로부터 우리 은하계에 별과 별
사이에 빛을 가리는 무엇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을 오늘날 우리는 성간 물질이라고 부르고 있다. 성간 물질은
은하계 내에 전체적으로 퍼져 있다. 물론 은하와 은하 사이에도 이런 물질들이 있을 수 있다.
우주물질
우주의 물질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통상 보통 물질이라고 하는 원자와 분자를 생각할 수 있다. 이 보통
물질이 지구와 태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우주에 있는 보통 물질은 막걸리 속에 알코올 성분만큼이나 그 양이 적다.
우주에서 보통 물질은 약 4% 정도를 차지하고 이 중에서 단 0.5%만이 고유한 빛을 발한다고 한다. 나머지 3.5%는 행성이나
암석, 먼지들처럼 차갑고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의 약 23%를 차지하는 더 중요한 구성 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암흑 물질(暗黑物質, dark matter)이다. 이 물질은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가 확인된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의하면 눈에 보이는 보통 물질들의 인력만으로는 은하들을 함께
묶어 두기에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은하들 사이에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것이 암흑 물질이다.
그러나 암흑 물질이 어떤 것인지,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지 이 물질이 독특한 특성을
지닌 소립자일 것이라는 추측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물질 없이는 우리의 우주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물질 때문에 모든 별과 은하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은하계 내에는 수소 가스가 떠돌고 있으며 수소 원자로부터 발생하는 전파에 의해서 은하의 넓이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
암흑 물질은 어떠한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지만,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물질이 작용하고 있는 중력으로 존재를
알 수 있다. 암흑 물질의 총 질량을 알게 되면 우주 전체의 밀도를 구할 수 있어 계속 팽창할 것인지, 그 상태로 머물러 있
을 것인지, 다시 수축하여 한 점으로 모일 것인지, 우주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보통 물질 4%와 암흑 물질 23%를 뺀 나머지 73%는 무엇일까? 1998년에 들어서야 과학자들은 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
하였다. 현재 우주는 우주 안에서 물질들이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팽창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 팽창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이것은 우주 안에 있는 물질들의 중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어떤 힘이 우주를 팽창
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힘을 암흑에너지라고 하며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암흑(dark)이라고 부른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에 널리 퍼져 있으며 척력(斥力)으로 작용해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주 안에 있는
모든 물질들은 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 에너지가 없다면 우주 자체가 물질들의 중력에
의해 수축해야 한다.
23%의 암흑 물질과 73%의 암흑 에너지의 정체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존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암흑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고다드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연구진은
최근 우주의 물질들이 매우 빠르게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중력 현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암흑류(dark flow)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속 320만㎞의 속도로 움직이는 암흑류의 영역에서는 시공간이 우리가 아는 것과 매우 달라, 별이나 은하도 없을
가능성이 크며 그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다른 물질이나 구조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만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