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안 갚은 대출 채권.. 금융社들, 대부업체에 못 판다 본문5년 넘게 안 갚은 대출 채권.. 금융社들, 대부업체에 못 판다
5년 넘게 안 갚은 대출 채권.. 금융社들, 대부업체에 못 판다
[금감원, 소멸시효 지난 채권 추심 전면금지] 소멸시효 사라진 채권도 일부 갚으면 시효 되살아나 "1만원 내면 원금 50% 감면" 법적 권리 모르는 서민들, 대부업체 꼬임에 넘어가기도 조선비즈 이신영 기자 입력 2015.08.10. 03:38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2)씨는 2003년 A은행으로부터 가게운영자금 1000만원을 빌렸다. 2006년 5월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대출금이 연체된 이씨는 이혼 이후 여러 차례 이사하면서 A은행의 채무 상환 독촉장을 받지 못해 채무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이씨는 최근 B대부업체로부터 "지금 당장 1만원을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면, 대출금보다 많은 연체이자 1500만원을 전액 면제하고, 원금도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겁이 난 이씨는 곧장 1만원을 B대부업체에 송금했고, 3개월 이내에 500만원을 상환하겠다는 채무이행각서도 새로 작성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씨의 경우 채권 소멸시효가 지나 더 이상 빚을 갚을 의무가 없는데, 대부업체에 사기를 당한 셈이다.

◇대부업체, 소멸시효 사라진 채권 사들여 폭리
이씨처럼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의 마지막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채권 소멸 시효의 완성). 현재 은행·저축은행·카드사 등에 소멸시효가 사라진 채권은 1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개인이 진 부채는 3조1000억원(총 172만건)이다. 그런데 개인 채무자들이 이런 법적 권리를 잘 모르는 점을 악용, 대부업체 등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 등은 최근 5년간 은행 등으로부터 소멸시효 채권 4122억원어치를 120억원(채권 액면가격의 2.7% 수준)에 사들인 뒤 '빚 독촉'에 나서는 방법으로, 폭리를 취해왔다. 채무자가 대출금의 일부라도 갚는 순간 채권 소멸시효가 되살아나 빚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새로 생기는 점을 악용한 악덕 상술이다. 대부업체들은 '1만원만 입금하면 원금의 50%를 감면해주겠다'며 은밀하게 채무이행각서 작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채권을 회수해 간다.
이들은 또 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하기 위해 대법원의 지급명령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법원 지급명령 시점부터 2주 안에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자동으로 10년 연장된다.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이런 사정을 잘 몰라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 지난해 법원 지급명령에 채무자가 이의제기를 한 비율은 전체의 20%밖에 안 된다. C추심 대부업체 대표는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헐값에 매입해 전부 대법원 지급명령 신청을 해두고 이의가 들어오지 않은 건에 대해 추심을 벌어 고수익을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 소멸시효 채권 매각 못하게 한다
금융감독원은 9월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은행, 보험,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이 소멸시효 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헐값에 파는 것을 막기로 했다. 이상구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회사들이 사실상 채권 관리를 포기했다가, 뒤늦게 대부업체들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려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또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추심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을 법률에 반영하는 방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앞으로 소멸시효가 사라진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다는 사실을 채권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통지할 때(채권양도통지서), 소멸시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명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돈을 빌렸지만 5년 이상 갚지 못한 금융회사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먼저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확인, 채권 상환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대법원의 지급명령이 떨어진 이후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못 했다면 지급명령을 한 법원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채권추심을 막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