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핵홀 2016. 5. 14. 07:56

GALAXY는 WARP 중 은하의 70%는 출렁이고 있다


갤럭시1, 갤럭시2, 갤럭시3… 스마트폰 이름이 아니다.

진짜 은하(갤럭시)도 우리의 지식이 바뀔 때마다 새로 번호를 붙여야 할지 모른다.

지금 알고 있던 은하를 갤럭시2로 부른다면,

지금부터 볼 새로운 은하는 갤럭시3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뒤틀리고 출렁이며 시커멓고, 심지어 쭈글쭈글하기도 한 은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보자.

천문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우리가 몰랐던 은하의 다른 맨 얼굴도 함께 공개한다.


이것이 은하의 진짜 모습이다! 당신이 아는 우리은하의 모습은? 납작하고 좌우대칭을 이루는 예쁜 원반

모양을 떠올린다면, 당신의 지식은 크게 낡았다.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은하는 훨씬 역동적이고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엑스선 및 감마선 버블 : 뿜어져 나온다. 감마선 버블은 크기가 2만 5000광년에 이르며, 엑스선 버블이 그 주위를

둘러싼다. 2011년 나사가 발견했다.


· 거대질량블랙홀 : 은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태양 질량의 약 400만~450만 배 규모로 추정된다.


· 나선팔 : 우리은하가 지닌 나선팔의 정확한 모습과 수는 최근까지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2008년 NASA가 제시한 나선팔 지도가 사용되고 있다.


· 마젤란 성운 : 대마젤란성운과 소마젤란성운으로 돼 있으며, 우리은하에 있는 20~30개의 왜소은하 중 일부다.


· 은하 뒤틀림(워프) : 은하는 변화가 없는 게 아니라, 주변 은하의 영향 혹은 암흑물질 헤일로의 구조 때문에 끝이

뒤틀린다. 뒤틀림은 수십억년 동안 지속되며, 묵처럼 출렁이기도 한다.

전체 은하의 70%가 뒤틀림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야 조금씩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 은하팽대부 또는 은하중심부 : 우리은하의 경우 전체 원반의 약 10% 정도인 지름 3kpc(킬로파섹, 1파섹은 빛의 속도로

 3.26년 가는 거리) 크기. 원반 부분에 비해 성간물질이 적지만, 중심부 200pc 부근은 다시 성간물질이 많아진다.


· 은하 주름(스케일러핑) : 은하 끝 부분이 마치 치마 주름이나 조개껍질 끄트머리처럼 쭈글쭈글해져 있는 현상.

아직 원인을 전혀 모른다.


· 사기타리우스 성운 : 왜소 은하가 서서히 우리은하에 흡수돼 사라지고 있다. 원래 크기는 지금의 10배 정도로 추정된다.


· 암흑은하 : ‘암흑은하’라는 말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희미한 왜소은하의 경우1), 일반적인 은하보다 암흑물질

의 비율이 10배 이상 많다. 관측이 어려워 가까이에 있어도 존재를 모를 수 있다.


· 암흑물질 헤일로 : 부분보다 수십 배 넓은 영역에 걸쳐 암흑물질이 뭉쳐 있다. 우리은하 질량의 거의 90%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헤일로가 차지한다.


새로운 은하의 모습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워프(WARP)’다.

휴대전화 통신사의 서비스 이름으로, 또 SF 작품에서 ‘순간이동’을 의미하는 용어로 친숙한 단어다.

하지만 천문학에서 말하는 워프는 다른 뜻으로, 은하가 어떤 이유로 휘거나 뒤틀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은하가 순간이동 하는 모습을 기대한 독자나 SF팬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하의 워프는 순간이동 못지않게 불가사의하며 장대한 현상이다.

지름이 30kpc(킬로파섹, 1파섹은 빛의 속도로 3.26년 가는 거리. 즉 30kpc은 빛의 속도로 10만 년 가야 하는 거리)인

은하가, 마치 누가 꼬집기라도 한 것처럼 끝이 꿀렁하고 휜다.

더구나 묵이나 고무막대처럼 진동하며 출렁이기까지 한다.

한 번 출렁이기 시작하면 약 40억~50억 년 동안 지속된다.

고작 우주선 하나 순간이동하는 것보다 얼마나 웅장한가.


한번 시작하면 40억~50억 년 계속돼

은하 워프는 1950년대 전파로 성간물질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생각보다 오래됐지만 연구하기가 까다로워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관찰 역시 쉽지 않아, 전체 은하 중 30% 정도에서만 확인이 된다.

심지어 우리은하의 워프조차 논란 중이다.

현재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전체 은하의 70%는 워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은하도 약한 워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원반 위에서 본 은하. 우리은하를 위에서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막대나선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은하는 워프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약한 워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워프는 왜 일어날까.

물렁물렁한 고무막대를 휘려면 힘을 가해야 한다.

손으로 끝을 잡고 구부리는 방법도 있고, 나무망치 같은 것으로 툭 치는 방법도 있다.

은하 역시 뒤틀리거나 휘려면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

바로 중력이다.


“은하가 놓인 환경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근처에 은하가 많은 환경과 은하가 적은 환경이죠. 이웃한 은하가 있다면

당연히 주변에 강한 중력장이 생기지요.” 김성수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가 설명했다. 우주에는 무수한 은하가 있고,

이들 은하가 서로 스쳐 지나가거나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때로는 부딪혀 서로 합쳐지기도 한다.


이 중 두 은하가 적당한 거리에서 스치듯 지나가면 워프가 일어날 수 있다. 두 은하의 중력장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은하는 서로 끌어당기게 되고, 그 결과 마치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연인처럼 서로에게 ‘손’을 뻗는다.

은하 가장자리가 그 방향으로 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별 외에, 전파로만 관측할 수 있는 가스 물질도 휘는데,

가스의 워프가 더 심하다.


“휘는 각도는 다양하지만, 아주 크지는 않아요. 대부분 3~5° 사이지요.” 김정환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연구원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2013년, 지도교수인 같은 과 윤석진 교수와 함께 스쳐 지나가는 두 은하가 일으키는 워프 현상을 컴퓨터로

모의실험 했다. 150만 개의 입자로 된 가상 은하를 만들어 중력장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속도와 각도만 맞으면 서로

스치는 현상만으로도 충분히 워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휘는 형태도 다양해요. 세 가지로 나뉘는데, 양 끝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휘는 S형과 카우보이 모자처럼 끝이 같은

방향으로 휘는 U형, 그리고 특이하게 한쪽만 휘는 L형이 있습니다.”

셋이 왜 각각 그런 형태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천체물리학에서는 은하 자체를 마치

토성 고리처럼 가느다란 고리가 겹쳐 있는 형태로 해석하는데, S형의 경우 이런 형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하 워프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먼저 양쪽 끝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들리는 S형과, 같은 방향으로

들리는 U형이 있다. 한쪽만 들리는 L형도 종종 관측된다. 가만 고정돼 있는 것도 아니고, 펄럭이듯 진동하기

도 한다. 두 은하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마치 손을 뻗듯 서로의 방향을 향해 은하의

끝이 휜다.

 


워프를 지배하는 ‘다크포스’

워프를 일으키는 두 번째 원인은 암흑물질이다.

은하는 눈에 보이는 영역이 다가 아니다.

‘암흑물질 헤일로(halo)’라고 부르는 암흑물질 덩어리가 은하는 물론 그 한참 너머까지 뒤덮고 있다.

게다가 은하 중력의 90% 이상은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이 아니라 암흑물질 헤일로가 차지한다. 사실상 은하의 주인인 셈이다.


“은하가 탄생할 때도 먼저 암흑물질이 모여 헤일로를 이루고, 거기에 물질(바리온 물질)이 ‘고여서’ 별과 성간물질을

이뤘습니다. 암흑물질 헤일로는 일종의 ‘틀’인 셈이죠. 그러므로 은하의 모양은 암흑물질 헤일로의 모양과 관련이 깊습니다.”


김성수 교수는 2009년, 안홍배 부산대 과학교육학부 교수와 당시 제자였던 전명원 연구원 등과 함께 암흑물질 헤일로와

워프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암흑물질 헤일로가 완벽한 구형이라면 워프는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찌그러진

형태라면 다릅니다. 배경이 되는 중력장이 비대칭이 되니까, 그 영향으로 은하도 찌그러지죠.”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흩어진 작은 암흑물질 덩어리들이 아직도 중력에 의해 암흑물질 헤일로로 몰려든다고 예측

하고 있다. 눈덩이에 작은 눈을 뭉쳐 붙이면 혹이 난 것처럼 된다.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구형이던 헤일로도 작은 암흑물질이

 붙으면 한 쪽이 불룩해진 형태로 바뀌는데, 그 결과 중력장이 기울어지고 은하도 왜곡돼 워프가 일어난다.


1억 5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선은하 ESO 510-G13. 뚜렷한 뒤틀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S형 워프 사례다.

 


현재 전체 은하의 70%는 워프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워프가 ‘대세’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은하는 왜 아직 워프 여부를 확실히 모를까.

 바로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집 안에만 있는 사람이 집의 겉모양을 알기 오히려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워프 현상이 있다는 ‘심증’은 있다. 예를 들어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바깥 쪽으로 약 3분의 2 정도 되는 위치에

있는데, 원반의 중심면을 기준으로 약 300pc 위쪽에 위치해 있다. 은하면이 살짝 위로 휘어 있다는 뜻이다. 김정환 연구원은

“가스(성간물질) 관측을 통해서는 워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별 관측 결과는 아직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은하는 주변에 은하가 적기 때문에 원인이 불분명하다. 안드로메다 은하가 현재 또는 과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미국 UC버클리 천문학과 레오 블리츠 교수는 2011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기고 글에서 대마젤란 성운 등 우리 은하 주위를 도는 왜소은하의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논란

중이다.


주름치마 입은 우리은하

워프 말고도, 특이한 우리은하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은하 끝이 마치 치마 주름이나 만두피 끝자락

처럼 쪼글쪼글하게 접혀 있는 ‘스케일러핑’ 현상이다.

김성수 교수는 “우리은하의 원반 끝에서 발견한 현상으로, 아직 원인은 전혀 모른다”며 “원인을 밝히면 교과서에 기재될

거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근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령 같은 ‘암흑’ 왜소은하도 흥미롭다. 원래 우리은하 근처에는 왜소은하가 20~30개 있다.

그런데 일반 은하와 달리 왜소은하는 암흑물질의 비율이 훨씬 높다.

김성수 교수는 “은하의 경우 암흑물질과 물질의 비율이 7:1에서 15:1사이인데, 우리은하의 1만분의 1 정도로 작은 은하의

경우 암흑물질이 압도적으로 많아 100:1을 훌쩍 넘곤 한다”고 말했다. 암흑물질은 관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암흑물질 위주로 이뤄진 왜소 은하는 설사 바로 옆에 있더라도 유령처럼 관찰하기 힘들다.


고에너지 버블은 강력한 감마선과 엑스선이 은하 중심부에서 뿜어져 나오며 생긴 구조물이다. 지난 2011년

 새롭게 발견된 구조인데,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거대한 거품 모양의 고에너지 분출 구조물도 2011년 새롭게 발견된 모습이다.

은하 중심에 있는 팽대부를 기준으로 원반 위아래로 각각 약 8kpc(2만 5000광년) 높이의 감마선과 엑스선이 뿜어 나오고

있다. 아직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팽대부 중심부에 가까운 곳에서 별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것이라고 추측하는

학자도 있다.


은하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막대나선구조가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10배나 많은 암흑물질 덩어리와 존재조차 모르는 암흑 왜소은하, 그리고 휘어지고 주름지고 때로는

출렁이며 수십억 년을 보내는 은하의 새로운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낯설다.

스마트폰만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일이 아니다.

당신의 은하 지식도 업데이트해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몰랐던 은하의 새로운 모습은 계속 등장할 테니까 말이다.


 
글   윤신영 | 과학동아기자
사회 현상과 환경 문제, 과학을 아우른 다채로운 글쓰기를 지향한다. 2009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과학언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