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 잔해인 카시오페이아 A를 여러 가지 빛으로 관측해 합성한 사진.
붉은색은 철, 초록색은 황, 파란색은 산소가 각각 풍부한 영역이다.
이들 영역 곳곳에서 다량의 인이 관측됐다. 서울대 제공
구본철 서울대 교수팀 美·캐나다와 공동연구
13일자 사이언스 게재
생명 유지 필수 6원소 모두 우주서 기원 확인
스승과 제자로 구성된 국내 연구진이 생명체 유전자(DNA)의 뼈대를 이루고 사람 뼈의 주요 구성성분이기도 한 원소
인(P)을 우주에서 다량 찾아냈다. 이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 원소 6가지(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가
모두 우주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서울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미국 팔로마천문
대의 구경 5m짜리 헤일 망원경으로 카시오페이아 자리 방향으로 가장 밝게 보이는 지점(카시오페이아 A)에서 인이 방출
하는 적외선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관측된 인은 태양계나 우리은하에서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양의 100배에 달한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 물리ㆍ
천문학부 구본철 교수는 "카시오페이아 A에서 과거 인의 방출선이 보고된 적은 있었지만 정량적으로 분석까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은 우주 곳곳에 퍼져 있는데도 다른 원소의 1,900분의 1~5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양이
너무 적어서 지금까지 제대로 확인되지 못했다.
이번 다량의 인은 약 300년 전 태양 질량의 15~25배 정도 되는 거대한 별이 폭발(초신성)하면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연구
팀은 보고 있다. 지구에서 약 1만1,000광년(1광년=9조4,670억7,782만km) 떨어진 카시오페이아 A가 1680년경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이기 때문이다. 별의 폭발이나 진화 연구에도 이번 성과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구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13일자에 실렸다. 공동 저자인 문대식 토론토대 교수와 윤성철
서울대 교수, 이용현 서울대 연구원은 모두 구 교수의 제자다.
이날자 '사이언스'에는 영국 런던대 물리천문학과 마이크 바로우 교수팀이 우주에서 아르곤(Ar) 원소의 흔적을 처음으로
발견한 연구 결과도 실렸다. 지상 망원경을 이용한 구 교수팀과 달리 바로우 교수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허셜 우주망원
경으로 우주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을 관측했다. 그 결과 게 성운에 분포한 차가운 가스와 먼지 속에 아르곤 수소화물
(ArH)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게 성운은 1054년경 태양보다 8~16배 큰 초신성이 폭발한 잔해로 알려져 있다.
아르곤 역시 초신성에서 기원했을 거라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