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핵홀 2014. 6. 3. 09:43

금융소득세 기준 2천만원때문에 고통받는 납세자 머니투데이 | 왕현정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세무전문위원 | 2014-06-03 07:00:04

[머니투데이 왕현정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세무전문위원][[머니디렉터]]
왕현정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세무전문위원
2007년 퇴직한 68세 김씨(무직)는 5월 국세청으로부터 종합소득세 신고안내문을 받았다. 신고안내문은 'Z유형'이라고 표기돼있었고, 해당 신고유형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자로서 종합소득세신고의무가 발생하는 자였다.

노후에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별다른 수입이 없는 김씨는 금융기관에 투자된 퇴직금에서 발생하는 연간 약 3000만원의 금융수입만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3년 전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면서 매달 80만원의 연금수입이 있기는 하지만 김씨는 현재 같은 물가수준에서 풍족한 노후를 보낼 정도의 벌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라는 안내문을 받게 되니 신고를 해서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종합소득세 신고 안하면 불이익이 없나?

결론부터 말해 김씨는 신고를 안 해도 불이익이 없다. 신고의무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김씨의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는 분명 존재한다. 더구나 김씨는 금융소득뿐 아니라 국민연금소득도 발생하는 종합소득자이다.

그러나 면밀히 소득을 분석해보면 우선 연금부분은 연금소득공제로 전부 상쇄할 수준의 금액을 지급받고 있어 세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종합소득이 돼버린다. 나머지 금융소득은 비록 2000만원을 초과했지만 신고를 해도 안 해도 해당 금융소득에서 발생하는 15.4%(지방소득세포함세율)의 원천징수 세금으로 산출세액이 상쇄돼 추가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씨는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필자는 신고해라 마라 말하지 않았다. 다만 무신고해도 불이익이 없다고 했다. 말장난 같이 들릴 수도 있다. 무슨 전문가가 이런 답변을 내놓을 수 있나? 그러나 현행 세법을 안다면 그리고 과세현실을 제대로 안다면 필자의 답변이 공감될 것이다.

문제는 납세협력비용이다

만약 김씨가 필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본인에게 발생한 종합소득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김씨 스스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무리하기까지는 여러 고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이 소득인지 아닌지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고 그 중 과세 연금소득이 종합소득세에 들어가는 규모인지 아닌지도 파악해야 한다. 금융소득만이 종합소득세 대상이라는 걸 파악한 후 비교산출세액을 계산한 후에 기납부세액을 차감해 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알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득파악을 위해 소득 발생처를 순회해야 하니 비용과 시간을 써야 할 것이고 세법상 과세내용을 알기 위해 검색을 하거나 전문가와 상담을 하거나 세무서에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세법 상 개정 내용이나 혹시 놓쳐서는 안 되는 절세내용이라도 알아내려면 뉴스기사도 꼼꼼히 봐야 하고 법령 공부도 해야 하니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절차를 거쳐 추가 납부세액을 따져보니 낼 세금이 없어 굳이 신고를 안 해도 불이익이 없다면? 그래도 원칙에 따라 신고를 해야 할까? 원칙 때문에 굳이 비용을 내가며 외부 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원칙을 무시하고 신고를 포기하는 납세자가 더 경제적 이득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낼 세금이 있다면 가산세를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고에 적극적일 수 있지만 세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과세당국은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지도 못하면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개인납세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된다.

법을 안 지켜도 불이익이 없는데 법을 지키자니 시간, 노력, 비용이 3박자로 드는 딜레마에 놓인다. 이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부담은 당연히 개인 납세자의 몫이다. 이것이 국가가 납세자에게 묵시적으로 요구하는 납세협력비용이다.

종합소득세 신고, 국민이기에 감내해야 하나

그렇다. 미리 원천징수제도를 통해 납세자의 소득을 파악해 두었다 해도 국가 입장에서는 과세관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종합소득이 납세자에게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즉 과세당국 입장에서 설령 90%의 납세자는 타소득없이 소액의 금융소득만 있어 무신고를 해도 문제가 안 될 것을 안다 해도, 타소득으로 인해 추가 세금이 발생하는 나머지 10%의 납세자를 반드시 가려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결국 납세자의 자진신고가 절실한 과세당국으로서는 과세가능성이 있는 납세자 전체에 우편비용을 들여가며 신고 안내자료를 통보해야 하고, 그들 모두에게 성실한 신고를 종용할 수밖엔 없다. 소득세법 상 자진신고체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이다.

그 과정에서 김씨처럼 추가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 소득자라도 종합소득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세금신고절차의 이행을 안내 받게 되고, 무신고시 세법상의 불이익이 기재된 신고안내문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으로 신고를 하도록 강요받는 것이다.

물론 과세당국으로서는 납세자의 납세협력비용까지 감안해 국세행정을 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오히려 성실한 국세행정업무처리를 위해 과세당국도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쓰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필자가 보기엔 납세자는 납세자대로 과세당국은 과세당국대로 물러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세법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실익없는 행정이면 국가적 낭비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원천징수제도로 인해 선행적 과세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세법의 구조 상 종합소득신고가 불필요한 납세자도 분명 발생한다. 게다가 국가도 납세자도 종합소득신고가 원칙을 지키는 행위임은 알지만, 추가 세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행정노력 및 납세협력비용으로 인해 국가적 낭비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즉 세수확보가 되지 않는 납세자에게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가만히 들여다봤을 때 결국 예산낭비, 인력낭비인데다, 과세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납세자의 세정불신까지 더해져 감정적 대립이 심해지는 상황을 야기할 뿐이다.

2000만원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내려가면서 필자가 금년 종합소득세 신고로 인해 폭발적인 상담 문의를 받았는데 그 중 대다수가 추가 납부세액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금융소득만 발생하는 장·노년층의 금융수입생활자였다.

금융수입이 곧 노후대책인 이들은 저금리 시대에서 금융수입만으로도 생활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불행히도 평생을 모아온 원금마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 종합소득세 신고란 하기는 두렵고, 안 하자니 후환이 무서운 복잡한 미적분 수학방정식 같은 것이다.

하여 이들 납세자가 필자에게 신고의 필요성을 물을 때마다 세무전문가로서 세법 상 원칙을 내세우긴 했으나 신고를 강요하기는 어려웠음을 고백한다. 결국 세법이 지닌 구조적 모순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는 소리다.

신고가 종료돼봐야 알겠지만 200만원으로 과세기준을 내려 실질적인 세수증가효과가 소수 납세자에 편중된다면 세수증가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다수의 납세자에 대해서 우리 모두 발전적 방향을 모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