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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이어 새 입자 검출될까?

블핵홀 2015. 6. 5. 16:28

[뉴스룸] 'LHC 시즌2'...힉스 이어 새 입자 검출될까?

   최종수정 2015-05-29 15:30  

 2년여 만의 기지개, 빅뱅머신 시즌2

 

인터뷰: 한국CMS실험팀 대표 최수용 교수 (아래)

 

려 5000명 넘는 저자가 함께 쓴 한 편의 과학논문이 최근 화제였다.

논문은 33쪽인데, 저자 이름만 24쪽을 빼곡히 다 채웠다.

저자 5154명은 ‘힉스’ 검출 실험에 참여한 세계 물리학 연구자들이고, 이색 기록의 논문을 실은 학술지는 현대 물리학사의

산증인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다.

얼마 전엔 1014명의 과학자가 이름을 올린 ‘초파리 유전체’ 논문도 화제였는데, 모두 다 연구단이라는 대표 이름에

가려질지 모를 개인의 땀을 일일이 기록하기 위함일까?

 

저자 중엔 한국 물리학자도 여럿 있다. 한국시엠에스(CMS)실험팀 대표인 최수용 교수(고려대)한테 들어보니, 5154명의

저자들 사이엔 대표 저자가 따로 없다고 한다. 모두 동등한 저자로 참여해 때론 그룹별로 토론하고 때론 각자 의견을 제시

하고, 그러다 보니 9쪽 논문은 무려 3년 걸려 완성됐다고 한다. 이 연구단에선 수백편의 논문이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거나 진행중이다.

 

화제가 된 논문의 산실은 힉스 발견으로 널리 알려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이다.

스위스 제네바 부근 땅속에 건설된 길이 27㎞의 원형가속기에선 세계 1만명 넘는 연구자들이 협동하며 거대장치를 운영

하고, 1초에 수억번 하는 입자충돌 사건의 데이터를 모으고 거르고 분석하며, 논의를 모아 새로 확인하거나 발견한 지식

을 논문으로 세상에 발표한다. 그러면서 우주 만물의 기본입자와 힘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려는 입자물리학 이론을

다듬고 있다.

 

이곳이 다시 주목받는다. 힉스 검출 실험 이후에 정비와 성능 향상을 위해 휴식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이다.

이른바 ‘빅뱅머신’은 시운전을 마치고 이제 며칠 뒤면 정식 가동해 ‘빅뱅머신 시즌2’를 시작한다.

그러면 다시 입자물리학 지식의 생산지로 주목받을 테고,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본입자, 새로운 입자붕괴

반응이 검출되리라는 기대도 높아질 것이다. 능력이 더 커진 빅뱅머신에선 더 많은 힉스 입자가 만들어질 테고,

힉스에 이어 암흑물질 후보 입자나 초대칭 입자, 미니블랙홀처럼 이론에서나 나오는 낯선 존재를 찾는 입자 사냥도

가속화할 것이다. 과연 현대우주론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의 남은 약점을 보완할 새 입자나 반응은 검출될 것인가,

이것이 최대 관심사다.


힉스의 인기가 너무 컸던 탓일까? 가속기의 재가동은 첫 가동 때보다는 덜 주목받는 듯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사실 본경기

는 이번 가동”이라고 말한다. 더 빠르게 가속된 양성자들끼리 충돌해 산산이 기본입자들을 만들어내는 찰나의 충돌 에너지

는 이전(8테라전자볼트·TeV)보다 1.5배나 높아진 13테라전자볼트인지라, 이전과 아주 다른 현상이 나올 가능성도 덩달

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왜 물리학자들은 더 큰 충돌 에너지에 열을 올릴까?

초기 우주는 엄청나게 큰 고에너지의 세상이었으니, 빅뱅머신에서 고에너지를 구현할수록 초기 우주 상태에 좀더

근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우주에 찰나로 존재했다가 사라진 입자나 힘의 작용을 엿볼 기회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새 입자 발견이 거대과학의 드라마라면, 수많은 입자물리학 연구자는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이자 현장 스태프다.

이들은 입자충돌기를 ‘허브’로 삼아 네트워크를 이루며 협업하고 분업한다.

거대장치를 수선하며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검출하고 걸러내려는 분투는 3년간의

시즌2에서도 계속된다. 최 교수는 “연구그룹들이 같은 주제와 목표로 협업하지만 최초 발견과 정밀 데이터를 두고 경쟁도

 만만찮다”고 전했다. 빅뱅머신 시즌2를 앞두고 긴장과 기대, 설렘은 커진다.

 [이 글은 <한겨레> 5월29일치 31면에 실렸습니다]

:: 인터뷰 ::

한국CMS실험팀 대표 최수용 교수한테 듣는 'LHC 시즌2'

다음은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의 재가동을 앞두고 5월26일 한국시엠에스(CMS)실험팀 대표인 최수용 고려대 교수를 만나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입니다.



사이언스온
▶ 국내 물리학자들이 참여한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의 실험은 어떤 게 있나요?

최수용 교수
▷“국내에선 두 가지 검출 실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인 시엠에스(CMS) 실험엔 교수 14명을 비롯해 80여 명이 참여하고 있고요, 다른 실험인 앨리스(ALICE)엔 교수 12명을 비롯해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엠에스 한국실험팀의 대표를 맡고 있고요 (☞ LHC에는 검출장치별로 연구단이 구성되어 있는데, CMS, ATLAS, ALICE, LHCb, LHCf 등이 있다).
 애초에 힉스 보존을 찾자 해서 기획된 게 CMS와 아틀라스(ATLAS) 실험입니다. 시엠에스에는 세계 2300여 명, 아틀라스에는 세계 2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지요. 1000명가량 연구자가 참여하는 앨리스는 나중에 제안된 건데 중이온 충돌 실험을 다룹니다. 양성자가 아니라 중이온 입자를 충돌시켜서 우주 초기의 플라스마 상태를 연구합니다.
 
LHC에선 주로 양성자 충돌 실험을 하지 않나요? 중이온 충돌 실험은 언제 하나요?
▷“중이온 충돌 실험도 합니다. 보통 11월부터 한 달가량 중이온 충돌 실험을 하고요, 12월부터 한 달 동안 휴식에 들어가고, 이어 다시 양성자 충돌 실험을 하는 스케줄로 진행합니다.”
 
▶ 굉장히 많은 연구자가 LHC 실험에 참여하고 있어요. 요즘엔 기계도 자동화하고 분석도 자동화하는데, 이렇게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 “LHC의 검출 장비는 첨단이지만 특수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거고 수명도 무한한 게 아닙니다. 유지와 보수가 필요해요. 검출기가 최적 상태에서 우수한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필요하고요. 가동 중에도 검출기를 모니터링 하고 유지·보수하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도 자동화하고는 있지만 충돌 에너지가 8TeV(테라전자볼트)에서 13TeV로 올라가면 실험 뒤에 예상치 못한 현상이 나올 수도 있고, 또 관심사가 되는 현상을 찾기 위해서는 어려운 조건을 만들어 데이터를 걸러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필요도 생기고요. 검출기를 최적 상태로 유지하고 많은 데이터를 잘 분석하기 위해서 많은 인력이 참여하고 있는 거지요.
 
▶ 가동 중에도 데이터 분석이 진행되나요?
▷ “가동과 동시에 LHC 제어실(control room)에서 검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합니다. 이곳에서 일차로 확인하고 검출기가 문제없는지 판단합니다.”

▶ 방대한 빅데이터는 슈퍼컴퓨터로 처리한다고 들은 듯한데요. 대규모의 슈퍼컴퓨터 장비가 필요하겠어요.
▷ “LHC에서 사용하는 것은 슈퍼컴퓨팅이 아니라 그리드 컴퓨팅입니다. 물론 슈퍼컴퓨터가 어느 정도 성능을 말하는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우리는 세계 컴퓨터들에서 분산 처리하는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최종으로 걸러진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으는 중앙센터는 ‘티어 제로(TIER 0) 컴퓨터센터’라고 부릅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지요. 이곳으로 걸러진 데이터를 보내는 ‘티어 원(TIER 1) 컴퓨터센터’는 세계 11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정기적인 신호 데이터에서 관심 있는 전자, 이온, 감마선 등의 신호를 걸러내는 거죠. 그런 입자가 생성되는 걸 소프트웨어로 파악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요. ‘티어 원 컴퓨터센터’를 지닌 나라들에선 물론 데이터를 좀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엔 티어 원은 없고 ‘티어 투(TIER 2) 컴퓨터센터’가 경북대에 있습니다. 이건 시엠에스 실험 연구단의 경우이고요, 앨리스 실험의 경우에는 티어 원 컴퓨터센터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 이번에 새로 가동하면서 충돌 에너지는 13TeV로 높아졌지요?
▷ “그렇습니다. 원래 LHC는 14TeV까지 구현할 수 있게 설계되었지요. 한 방향의 양성자들이 7TeV의 운동 에너지까지 가속하다가 반대 편에서 날아오는 양성자들과 충돌한다면, 14TeV의 충돌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런데 에너지를 높이려면 더 빠르게 날아가는 양성자를 제어해 원형 가속기 터널에서 휘게 하는 데에 더 큰 자기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럴려면 더 강력한 초전도 장치를 가동해야 하고요.
 근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2008년에 처음 LHC 가동을 시도할 때에 14TeV에 맞춰 가동하다가 사고가 났지요. 초전도 장치엔 코일을 접합한 부분들이 많은데 일부 용접이 잘 안 돼 발열이 생겼고 초전도 장치의 액체헬륨이 끓어올라 터진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14TeV의 가동이 중단되고 2년 동안 휴식하며 수리를 거쳐 2010년에 8TeV 수준으로 가동을 시작한 거죠. 2012년까지 가동해 힉스 입자를 발견했고요. 이후에 다시 2014년까지 2년 동안 보수와 성능향상 작업을 거쳤고 이번에 13TeV 에너지 규모로 재가동하는 겁니다.
 
▶ 애초에 14TeV로 가동하려다 8TeV로 에너지를 낮춰 가동하는 기간에 힉스 입자가 발견된 것이군요.
▷ “힉스의 질량(에너지)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작아서 8TeV 가동 시기에 발견될 수 있었습니다. 힉스의 질량(에너지)은 125GeV(기가전자볼트)인 것으로 확인되었지요.
 
▶ 13TeV이면 애초 설계 목표에 접근하는 것이니, 이제 LHC가 본격 가동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군요.
▷ “그렇습니다. 원래 계획한 14TeV 수준에 근접하는 겁니다. 에너지가 높아지면 더 큰 질량(에너지)의 새로운 입자들이 검출될 가능성도 커지고요. 또 힉스 입자도 더 많이 만들어질 테고요.”
 
▶ 몇 년간 가동하나요?
▷ “이번 LHC 2차 가동(‘LHC Run 2’)은 3년 동안 진행됩니다. 그 다음에 2018년부터 다시 휴식에 들어가 또다시 보수와 성능향상 작업이 이뤄지고요.”
 
▶ 1차 가동에선 힉스 입자가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번 2차 가동에서는 어떤 실험 결과가 기대를 모으고 있는지요?
▷ “먼저, 더 많은 힉스가 만들어질 테니까 힉스 입자가 어떤 성질을 지니는지 우리가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힉스의 질량도 정밀하게 측정될 테고, 힉스가 어떤 입자로 붕괴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거고요. 정말 표준모형의 힉스 입자처럼 행동하는지 아니면 이와는 어느 정도 다른 힉스인지도 관심사이고요.
 또한 8TeV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무거운 입자들이 새로 검출될 수 있습니다. 질량 탐색 영역이 넓어지는 거니까요. 더 초기의 우주 상태로 가는 거죠. 하지만 어떤 입자가 발견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초대칭 입자의 검출 여부도 관심사로 거론되곤 하는 듯한데요.
▷ 암흑물질의 후보 입자로 예측되는데요, 쉽지는 않습니다. 1차 가동 때에도 가벼운 초대칭 입자의 검출 여부가 기대를 모았으나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복잡한 이론 모형에서 예측되는 다른 초대칭 입자의 검출을 기대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 표준모형을 검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어떤 실험 연구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지요?
▷ “사실 표준모형 자체의 약점이 여전히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가 매우 높은 영역에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하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1보다 큰 계산값이 나오는 이른바 ‘발산’이 생기거든요.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1보다 더 크다는 건 모순이니까, 이 부분은 표준모형의 약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이번 2차 가동에서 새로운 입자나 새로운 붕괴반응이 관찰되고, 그것이 기존의 계산을 수정하는 데 반영된다면 이런 모순이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가동에서 새로운 무거운 입자나 새로운 반응이 검출돼 표준모형의 남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표준모형의 이런 약점, 즉 발산 문제를 검증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고에너지가 이번 가동에서 구현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 8TeV 때보다는 좀더 높은 에너지를 구현할 수 있으니, 거기에서 어떤 단서가 될 만한 입자나 반응이 검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 겁니다.”
 
▶ 그렇다면 이전보다 에너지를 높여 가동하는 이번 2차 가동이 표준모형을 좀 더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올린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인지요?
▷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어느 글을 보니 미니 블랙홀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나오는데요.
▷ “LHC에서 미니 블랙홀이 생성되면 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때 있었지만, 실제로 미니 블랙홀이 생성된다 해도 그건 아주 작은 규모로, 또 생기자마자 사라지기에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아무튼 미니 블랙홀이 생성되려먼 아주 작은 공간에 아주 높은 에너지가 집약하는, 즉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아야 하는 게 관건이지요. 그런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13TeV 규모로는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충돌 사건이 일어날 테니, 확률적으로 희박하긴 해도 우연하게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은 충돌 사건도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우연히 미니 블랙홀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 흥미롭긴 한데 미니 블랙홀을 관찰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 “중력과 양자역학은 사실 하나의 현상을 두고서 함께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블랙홀이 그런 현상입니다. 중력과 양자역학을 하나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 미니 블랙홀이 관찰된다면 그 데이터나 과정은 블랙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블랙홀이 생성된다면 이건 온갖 입자로 붕괴할 겁니다.”
 
▶ 이번 2차 가동에서 반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은 어떠한가요?
▷ 반물질 입자로서, 무거운 중성미자의 존재 여부를 관심사로 둘 수 있습니다. 특정 모형의 이론에서 예측되는 입자이지요. 만일 이게 발견된다면 그 존재는 지금 우주에서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을 설명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순수하게 에너지만으로 존재하는 우주대폭발(빅뱅) 직후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수로 생겼을 터이고 그 쌍이 만나 소멸했을 터인데, 지금 우주엔 쌍소멸 이후에도 물질은 남아 ‘물질 우주’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릅니다. 왜 이런 비대칭이 생겼을까, 그리고 지금 우주의 물질과 쌍을 이루는 반물질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게 주요한 물음들이지요. 만일 반물질 후보입자로서 무거운 중성미자가 검출된다면 이런 비대칭성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데 어떤 단서를 얻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초대칭 입자도 그렇고 반물질 입자도 그렇고, 물리학계 전체로 보면, 그리 큰 기대를 모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볼 때에 가장 현실적인 기대는 표준모형을 검증하는 데 쓸 만한 새로운 현상이 관찰될 것이냐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높아진 고에너지 상태에서 표준모형 입자들은 과연 어떻게 거동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3년간 출동 실험을 계속하면 실험 결과는 언제 발표되는 건가요?
▷ “입자물리학계에서 가장 큰 학회가 6개월에 한 번씩 있습니다. 올해 8월 학회에서 이번에 가동한 13테러전자볼트의 충돌 실험에 대한 첫 보고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확실치는 않고요, 이때에 별다른 내용이 보고되지 않는다면 내년 3월 학회를 기다려야 하겠지요.”
 
▶한국 연구자들이 기여하는 바는 어떤 게 있나요?
▷ “시엠에스 검출기에 들어가는 뮤온 입자 검출장치를 한국에서 만들었습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기여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요. 이 검출장치는 힉스 발견 때에도 기여했고, 또 이번 가동에서도 성능향상 된 장치로 새로 장착되었습니다. 이 검출장치에 대한 평가는 좋아서,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수행하는 다른 실험장치에서도 사용하기로 납품 계약이 이뤄진 상태이고요, 국내 중이온가속기에도 사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많은 연구자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요?
▷ “우리는 데이터를 모두 공유하는 실험을 행하고 있고, 같은 주제와 목표로 실험을 수행하고 있으니 협업이 필수적이지요. 협업을 해야만 거대 장치를 가동할 수 있고 또 우수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실험이 계속되려면 검출과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도 역시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경쟁도 은근히 치열합니다. 연구자들은 많지만 다루는 주제는 그렇게 많은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정밀한 데이터를 얻으려는 경쟁도 있고, 될수록 먼저 발견하려는 경쟁도 있습니다.”
 
▶ 얼마 전에 나온 힉스 입자 검출 데이터 분석 논문에서는 저자 수가 5천 명 이상이 되어 화제가 됐지요. 왜 연구단의 대표 이름을 쓰지 않는지요?
▷ “저널마다 공저자를 표기하는 원칙이 다른데 그 논문을 실은 물리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는 그렇게 모든 저자 이름을 다 표기합니다. 논문을 내는 데 대표 저자, 교신 저자는 없습니다. 누가 더 중요한 역할을 했고 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검출 장치를 만든 사람은 논문에서 덜 중요한가, 이런 걸 따질 수 없다는 것이죠. 물론 실제로 실험에 기여한 사람만이 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문 작성 과정에서 모든 연구자가 다 의견을 낼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소그룹별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심사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데이터 분석부터 논문 출판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논문 생산 효율로만 따지면 비효율적인 것이겠지요. LHC 건설 비용이 7조 원인데, 우리나라 잣대로 보면 논문이 7000편은 나와야 하니까요. 그런데 여기 연구자들한테는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최초로 새로운 현상을 정밀하고 확실하게 관찰하고 자연현상의 근본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인 거죠. 시엠에스 연구단에서 그동안 나온 논문은 대략 380편 정도 되고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논문 작성과 출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십 개 논문이 동시 진행되곤 하지요. 
 
▶ 13TeV에서 이뤄지는 양성자-양성자 충돌의 첫번째 공식 사건은 언제쯤으로 예정되어 있는지요?
▷ “지난주에 시운전 중의 시험 충돌이 이미 있었습니다. 성공적이었다고 보고되었고요. 분석 데이터로서 정식 기록되는 첫 충돌은 곧 시작될 예정인데, 6월 첫째 주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13TeV라는 고에너지를 구현하는 ‘LHC 시즌2’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들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