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배 더 선명… 美 등 4개국과 공동, 2021년 첫 관측
총예산 10억달러 중 1억달러 분담
2차 반사거울도 제작, 1년에 한달 사용
우리나라가 사상 최대 규모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Giant Magellan Telescope)' 건설 사업에 참여한다.
한국천문연구원 등 5개국,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 기구(GMTO)는 "망원경 설계를 완수하고 칠레에서
본격적인 건설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망원경은 해발 2500m의 라스 캄파나스산 정상에 22층 건물
높이로 세워진다. 지름 8.4m짜리 거울 7장을 벌집처럼 이어붙여 지름 25m급 망원경의 성능을 구현하는 구조다.
천체망원경은 우주에서 온 빛을 모으는 거울이 클수록 더 먼 곳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큰 천체망원경은 하와이에 있는 지름 10m급이다.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배나 선명
에드워드 모세 GMTO 총재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은 미국·한국·호주·브라질과 부지를 제공하는 칠레가 참여하는
국제 과학협력사업"이라며 "프로젝트의 핵심인 망원경 본체와 관측기기 제작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예산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은 10%인 약 1000억원을 분담한다.
거대 마젤란 망원경의 상상도.
우주에서 온 빛의 왜곡을 레이저로 보정할 수 있어 지상에서도 우주 망원경과 같은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GMTO 제공
마젤란 망원경은 2021년 첫 관측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우주에서 온 빛이 지구 대기권을 지나면서 왜곡되는 것도 보정할 수 있어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배나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거울 지름이 2.5m이며, 지구 상공 610㎞ 궤도에서 1990년 이래 25년째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지름은 지상에 있는 망원경보다 작지만 영상은 더 선명하다.
지상보다 깨끗한 빛을 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온 빛이 지구로 오면 대기권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대기가 흔들리는 현상 때문에 천체의 상이 원래보다 왜곡되고 선명도가 줄어든다.
지상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이 허블우주망원경을 능가할 수 있는 비밀은 레이저에 있다.
먼저 관측 대상인 천체 쪽으로 레이저를 발사한다. 이 레이저가 천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과 형태를 계산해 발사
당시와 비교한다. 이를 근거로 우주에서 온 빛을 보정하면 지상에서도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거대 마젤란 망원경의 반사거울이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배쯤 되니 그보다 10배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웬디 프리드먼 GMTO 이사회 의장(시카고대 석좌교수)은 "마젤란 망원경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최초로 빛을
낸 천체와 은하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제2의 지구를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도 10% 지분 확보 예정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 제작에 15억달러를 들였다.
그리고 수리비용으로도 우주왕복선 발사비용을 합해 수십억달러를 썼다.
거대 마젤란 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에 쓴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그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것이다.
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은 "10% 비용을 분담하면 1년에 한 달 정도는 우리나라가 필요한 용도로 망원경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차 반사거울인 '부경(副鏡)' 제작도 맡는다.
부경은 1차 반사거울인 지름 8.4m 주경(主鏡) 7장이 모은 빛을 관측기기에 전달하는 2차 반사거울이다.
황나래 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과학연구그룹장은 "우리나라가 이번 사업의 파트너가 된 것은 망원경 제작에
필요한 특수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