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 "죽을 권리를 허하라"

"미국 오리건주 입법 참고해 존엄사 법제화 필요" 연합뉴스 | 입력 2015.06.28. 21:28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제 존엄사할 권리를 법제화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최신호에서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죽을 권리'라는 제목의 20일자 표지 기사에서 많은 국가가 존엄사할 권리를 가로막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간지는 1978년까지 스페인에서 간통이 범죄였다는 점, 미국에서는 2003년에야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됐다는 사실, 미국의 37개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곧잘 잊어버린다고 상기하면서 이제 존엄사를 허용한 법이 여러 나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의 도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게 허용한 '존엄사' 법은 현재로서는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일부 주에서 불과하지만 미국의 20여개 주와 몇몇 유럽 국가에서 입법이 추진중이다. 캐나다에서는 내년부터 이 법이 발효되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몇달내 법안이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반대론자들은 신성한 생명을 의도적으로 끊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일부는 의사의 처방으로 사망을 허용한다면 이는 자칫 취약계층 환자나 완치약이 없이 연명하는 환자에 대한 싸구려 대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이 주간지는 반박했다. 특정인을 견딜 수없는 통증과 고통, 비참함에 몰아넣으며 추상적인 인간 존엄을 옹호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여론조사 업체인 입소스에 맡겨 안락사 여론을 조사한 결과 15개국 가운데 러시아와 폴란드 등을 제외하고 11개국에서 찬성 의견이 더 높게 나왔다고 소개했다.

실정법상 안락사가 불법이나 많은 의사는 가망이 없는 환자나 가족에게 먼저 얘기하고 나서 치료 행위를 중단하거나 진통제를 과다 처방해 환자를 사망케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또 이런 의사들이 처벌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런 관행은 도덕적 논란이나 한계점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안전장치가 없고, 사실상 의사의 도움을 받는 존엄사를 묵인한다는 점에서 위선적이다. 의사의 눈짓이나 고갯짓으로 죽음을 인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안락사 허용법과 관련해 미국 오리건주 입법을 고려해봄 직하다고 진단했다. 1997년 존엄사법 만든 오리건주에서는 생존 기한이 6개월 이하인 것으로 의사 2명이 인정하고, 환자가 요청하면 15일간의 숙고기간을 거쳐 치사량의 약을 처방해준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오리건주 방식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몸이 마비돼 행동할 수 없는 환자가 미리 의사를 밝혔을 때 주사 등으로 생을 마치도록 도와주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환자 스스로 고통을 평가해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존엄사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온몸이 마비돼 기계장치에 의존하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본인 의지에 반해 생존케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말살"로 평가했다고 인용하면서 삶의 결정권을 '자율'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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