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은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아니다"
외계인이 살만한 지구2.0을 찾아라
도플러 효과·중력렌즈 현상 등 이용해 관측
케플러 망원경으로 1033개 행성 찾아내
원자폭탄의 고향인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 알라모.
1950년 어느 날 이곳에서 세계적인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이 모여 오찬 회의를 열었다.
주제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 미확인비행물체(UFO)와 다른 은하계로의 여행이었다.
치열한 토론이 오가는 와중에 193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엔리코 페르미 시카고대 교수가 질문을 던지자 정적이
흘렀다. "모두들 어디에 있는 거야(Where is everybody)?"
/그래픽=이철원 기자
페르미가 말한 '모두'는 바로 외계인(外界人)이었다. 페르미의 이 질문은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있다면 그들은 이미 우리를 찾았을 것인데, 지금까지 우리가 외계인을 보지 못한
것은 외계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페르미의 역설(逆說)'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주 어디엔가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있고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믿는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인간만 존재한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The universe is a pretty big place, so if it's just us, it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
◇지구 2.0…희망이 열리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 2015년 여름은 '희망이 싹튼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24일 "지구로부터 14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달리는 거리)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지구와 거의 흡사한 외계행성
(外界行星) '케플러 452b'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무려 1경3244조㎞ 떨어진 곳에 우리와 비슷한 지능을 가진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케플러 452b는 크기가 지구의 1.6배 정도이며 지구보다 5배 정도 무겁고, 중력은 2배 정도다. 지구에서 몸무게가 50㎏인
사람이 케플러 452b에서 저울에 오르면 몸무게가 100㎏이 된다는 뜻이다.
케플러 452b에 과학계가 흥분한 것은 이 행성을 둘러싼 환경이 지구와 놀랄 만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케플러 452b의 태양인 '케플러 452'는 우리의 태양보다 10% 정도 크고 온도도 태양과 비슷하다.
케플러 452b의 공전 주기는 385일로 지구의 365일과 큰 차이가 없다. 행성의 공전주기가 비슷하다는 것은 태양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가 비슷하다는 뜻이다. NASA는 "나이는 60억년 정도이며 암석으로 덮여 있고, 충분한 대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지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생명체가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은 지구 2.0"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태양과의 거리, 태양의 온도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런 조건들이 외계행성에 생명이 살 가능성을 결정
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생명체는 액체 상태의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지구의 생명은 바닷속에서 탄생해 진화했고,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로 만들어진 물은 우주 어디에서나 똑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 섭씨 0도 이하면 얼고,
100도가 넘으면 기체가 된다. 외계행성이 자신의 태양보다 너무 가깝거나 멀면 물이 증발하거나 얼어붙는다.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지역을 '생명 생존 가능 영역(해비터블존·Habitable zone)'이라고 한다.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와 비슷하고, 태양의 온도가 큰 차이가 없는 행성이 있다면 지구처럼 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케플러 452b는 바로 이 해비터블존 안에 있다. 케플러 452b에 인류보다 지능이 뛰어난 고등 생명체가 있다면
지금쯤 우리를 만나러 오고 있을 수도 있다. 외계행성 탐사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외계행성을 관측하는 4가지 방법
과학자들은 어떻게 캐플러 452b를 발견했을까. 가장 성능이 좋은 망원경으로도 대부분의 별을 볼 수 없다.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네 가지 방법을 개발해냈다.
처음 개발된 방법은 1842년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도플러가 발견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빛이나 소리 같은 파장은 움직임에 따라 파장에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어 구급차의 사이렌은 일정하지만, 다가올 때는 더 높게 들리고 멀어질 때는 더 낮은 소리로 들린다.
이는 구급차가 다가오면서 음파가 압축되고, 멀어지면 음파가 길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빛도 같은 현상이 생긴다. 우주에 있는 모든 별은 움직인다.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태양조차도 우리 은하 중심부를 기준으로 돌고 있다.
지상에서 먼 곳의 별을 관찰하면 별이 관찰자에게 가깝게 다가올 때는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이 많아지고, 멀어질 때는
파장이 긴 빨간 빛이 많아진다. 이 빛을 분석하면 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별의 빛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빨간색에서 다시 파란색으로 서서히 변하지 않고 간혹 파란색과 빨간색의 스펙트럼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별 주변에 행성이 돌고 있고, 그 중력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다. 이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행성의 크기와 거리도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식(蝕·트랜싯·transit) 현상’을 이용한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 끼어들면 태양이 달에 가리는 일식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먼 곳에 있는 별에 행성이 있다면 별과 관찰자 사이에 행성이 끼어드는 일이 생긴다.
이를 식 현상이라고 한다. 별과 외계행성은 아주 먼 곳에 있기 때문에 별빛이 완전히 가리거나 점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대신 별의 밝기가 줄어든다. 행성이 통과하는 동안 별의 밝기가 약해지는 정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행성의 크기를 계산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목성의 지름은 태양의 10분의 1이고 단면적은 100분의 1이다. 만약 목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면
태양빛이 100분의 1정도 약해진다. 별빛이 줄어드는 간격을 관찰하면 행성과 별의 거리를 알 수 있다. 행성이 별을 한
바퀴 돌 때마다 한 번씩 가리기 때문이다.
식 현상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외계행성 탐사법이다.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바로 이 식 현상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았다. 케플러 망원경은 2009년 발사돼, 2013년까지 약 4년간 운영된 망원경이다.
케플러 망원경은 우주 공간에서 우리 은하계의 중심인 백조자리 방향에 있는 10만개의 별을 집중적으로 관측했다.
이 지역은 우리가 흔히 ‘은하수(銀河水)’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수많은 별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 하늘을 강이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인다. 케플러 망원경이 발사되기 이전에 발견된 대부분의 행성은 목성처럼 지구보다 훨씬 큰 행성이었다.
하지만 케플러 망원경은 태양계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1033개의 행성계를 찾아냈다. 아직도 분석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지구 2.0으로 불리는 ‘케플러 452b’보다 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추가로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NASA는 2017년 새로운
행성 사냥꾼인 ‘테스(TESS)’ 망원경을 쏘아 올린다. 테스는 케플러 망원경보다 5배 많은 50만개의 별을 관측할 예정이다.
세 번째는 100년 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한 탐사법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간과 공간은 물론, 빛조차도 휘게 한다. 지구에서 바라볼 때 두 별이 일직선에 놓이면 뒤쪽의 별빛은 관찰자 쪽으로 오는
동안 앞쪽 별의 중력으로 휘어진다. 앞쪽 별이 마치 거대한 렌즈처럼 작용, 뒤의 별빛을 훨씬 밝게 만들어주는 ‘중력렌즈’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반적인 중력렌즈 현상은 별이 일직선에 배열됐다가 어긋나는 수주 동안 서서히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하지만 앞쪽 별에 행성이 있다면, 렌즈가 정확한 원형이 아니라 옆에 조그만 렌즈가 더 붙어 있는
형태가 된다. 밝기 역시 복잡하게 나타난다.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이 우주에 인간만 있다면그건 엄청난 공간 낭비다"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 탐사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점은 중력렌즈로 빛이 증폭되기 때문에 작은 행성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넓은 우주에서 두 별이 지구에서 바라볼 때 일직선에
정확히 놓이는 일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한 ‘외계행성탐사시스템
(KMTNet)’ 건설을 끝내고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KMTNet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전
세계 3곳에 직경 1.6m의 망원경 3대를 건설한다. 각 지역에 있는 3대의 망원경을 연결하면, 각기 8시간씩 24시간 내내
계속 같은 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는 “하반기 중 KMTNet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매년 2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외계행성 탐사방법은 직접 관측하는 것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간혹 가까운 거리에서 행성이 목격되는 경우도 있다.
2008년 물고기자리에 있는 포말하우트 별과 페가수스자리의 ‘HR 8977’에서 4개의 행성이 목격된 바 있다.
◇얼마나 많은 외계인이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외계생명체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우주에 너무나 많은 별과 행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최소한 1000억개 이상 있다.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또 1000억개 이상 있다. 결국 우주에 있는 별의 수를 계산하면 1 뒤에 0이 22개나 붙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 이 많은 별이 갖고 있는 행성 수를 생각할 때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산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외계인이 존재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 계산할 수 있을까.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1961년 우주에서 외계 문명의 수를 구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발표했다.
드레이크는
▲해마다 새롭게 탄생하는 별의 수 ▲그 별들이 행성을 거느릴 비율 ▲그 행성들 중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행성의 수
▲실제로 생명체가 발견될 행성의 수 ▲그중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의 비율
▲그중 외계와 통신을 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가 있는 행성의 비율 ▲지적 생명체가 외계로 신호를 보내는 기간 등 7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드레이크 방정식은 아주 간단하고 논리적인 구조다.
개가 경찰견이 될 확률도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풀 수 있다.
방정식의 항목을 ▲개의 연간 출생률 ▲개를 경찰견 학교에 보낼 확률 ▲훈련을 받는 개가 경찰견이 될 확률
▲개가 훈련 과정 중 살아남을 확률 등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외계인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고작 2000년에 불과하고, 실제로 우주를 탐험하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7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인류 문명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기간에 외계 문명과
교신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외계인이 있어도 그 존재를 영원히 모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0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이 지구로 신호를 보냈다면 현재 지구에 도착한 신호는 100만년 전의 것이다.
그 100만년 사이에 신호를 보낸 외계 문명이 이미 멸망했을 수도 있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답은 아직 없다. 각 항목의 정확한 수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드레이크는 방정식을 만든 이유에 대해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건초더미 안에 몇 개의 바늘이 있는지 알고 있다면 좀 더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계인의 소리를 들어라
드레이크는 방정식을 만드는 것에 멈추지 않고 직접 외계인의 신호를 찾아 나섰다.
바로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를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잡아내는 ‘외계지적생명체탐색(SETI)’ 프로젝트다.
우주에 가득 찬 자기장 등은 끊임없이 전파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한다.
이 중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냈을 가능성이 높은 인공적인 신호를 구분해내는 것이 SETI의 목표다.
인류는 70년 이상 라디오와 TV 방송을 했고, 이 전파는 우주로도 퍼져나갔다.
마찬가지로 외계인이 있다면 인류와 비슷한 신호를 보냈을 수 있다.
1992년에 시작된 SETI는 황당한 아이디어라는 비난에 시달렸고, 실제로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주에 대한 꿈을 가진 거부(巨富)들이 SETI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폴 앨런은 무려 42개의 전파망원경을 SETI에 기부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의 벤처투자가 유리 밀너가 SETI에 10년간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밀너의 기부에 영국의 유명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세계적인 학자들이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천문학자들이 SETI를 통해 찾고자 하는 신호는 흔히 고래 소리에 비유된다.
고래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초음파로 끊임없이 서로 소통한다. 외계인이 영어나 한국어를 쓸 가능성은 없는
만큼 결국 그들이 보낸 신호는 인류가 듣기에는 고래 소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인류 역시 외계인들을 향해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08년 NASA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영국 그룹 ‘비틀스’의 노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430광년 떨어진 북극성을 향해
발사했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외계인에게 바치는 노래였다.
한국어를 비롯한 세계 각국 말로 인사말이 녹음된 LP판과 인류의 그림 등이 탐사선에 새겨졌다.
모두 우주공간에서는 그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인 평범한 별, 지구에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신호들이다.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일까.
빛의 속도로 138억년을 날아가야 하는 거대한 우주의 끝과 지구 사이 어디엔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있을지 모른다.
‘제2의 지구를 찾았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을 찾았다는 소식이 뜬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에 1000개에 가까운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이들 대부분은 생명체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로 기상천외하다
.
두 개의 태양이 뜨는 ‘타투인’ 행성?
SF영화 ‘스타워즈’의 명장면 중 하나로 석양을 배경으로 두 개의 태양이 지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의 고향인 ‘타투인(Tatooine) 행성’이 두 개의 별을 돌고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10일 미국 샌디에고주립대 연구진이 타투인 행성을 실제로 찾았다.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서 두 개의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 ‘케플러-453b’가 바로 그것이다.
케플러-453b는 무게가 지구의 17배가 넘고 직경은 지구의 6.2배나 된다. 태양계로 치면 목성과 같은 덩치가 큰 가스형 행성이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 연구팀은 케플러-453b가 우리 태양의 94%, 20% 크기의 두 항성을 지구날짜로 240일 주기로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개의 태양이 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를 통해 알아낼 계획이다.
두 개의 별, 즉 쌍성을 도는 행성이 발견된 건 이번이 열 번째다. 2011년 유럽남부천문대(ESO)에서 케플러-16b을 발견한 게 처음이었다. 눈치 챘겠지만 쌍성을 도는 행성이 태양계 밖에서 그리 희귀한 존재는 아니다. 우주의 별 중에서 절반은 1개 이상의 다른 별과 중력적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던 코네티컷 주립대 연구팀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쌍성을 가진 행성이 전체 외계행성의 5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쌍성을 도는 ‘지구형’ 행성이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쌍성계에서는 지구 크기의 고체 행성이 형성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실제로 지금까지 발견된 쌍성계 행성도 모두 가스형 행성이다). 각각의 항성에 의해 주위 물질의 공전 궤도가 어지럽게 얽히면서 서로 충돌해 부서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쌍성계에서도 암석으로 된 지구형 행성이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2개는 모자라…태양 4개 뜨는 사성계
한술 더 떠 태양이 3~4개 되는 기이한 외계행성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발표한 30 Ari라는 별은 태양이 무려 4개인 ‘사성계’이다. 사성계는 보통 쌍성이 이중으로 겹쳐 만들어진다. 하나의 외계행성이 태양과 같은 두 개의 항성 주변을 도는 동시에, 또 다른 쌍성의 궤도를 도는 것이다.
NASA 연구진은 2009년, 지구로부터 136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쌍성계 30 Ari A와 단일 항성으로 보이는 30 Ari B를 찾았다. 이들은 공통의 중력 중심을 도는 항성계였다. 그런데 6년 뒤 30 Ari B 주변에서 새로운 별과 행성을 발견했다. 기존에 있던 쌍성에 얽힌 새로운 쌍성을 찾아낸 것이다. 목성의 10배 규모인 새로운 행성은 새로운 별 주위를 335일 주기로 돌았다. JPL은 추가 설명 자료를 통해 사성계 행성에서 낮동안 하늘을 보면 하나의 작은 태양과 2개의 밝은 별만 보이지만, 충분히 구경이 큰 망원경으로 보면 밝은 별 중 하나가 쌍성으로 차츰 변해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JPL의 르위스 로버츠 연구원도 설명 자료에 “이런 다양한 외계행성 시스템이 서로 엮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게 행성과학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30Ari A에 있는 2개의 별을 한 덩어리, 30 Ari B에 있는 2개의 별과 1개의 행성을 또 한 덩어리로 생각하고, 2개의 덩어리가 서로 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30 Ari B를 공전하는 행성에서는 30 Ari B에 있는 2개의 별뿐만 아니라, 사성계를 이루는 30 Ari A의 2개의 별도 같이 보이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여러 개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성계는 2012년 발견된 케플러-64b 이후에 이번이 두 번째다.
지구와 가장 유사한 외계행성
뉴호라이즌 호가 명왕성을 근접통과한 지 8일째 되는 7월 23일, 전 세계 사람들은 우주 이야기로 또 한번 열광했다. NASA가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 가운데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인 ‘케플러-452b’를 발표한 것이다. 케플러-452계는 백조자리 방향으로 약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이다. 케플러-452b는 이 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떨어진, 하지만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지는 않은 ‘골디락스’ 영역에서 발견됐다.
보통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낮은 행성들은 중심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가령 지구처럼 공전 주기가 1년인 별이라면 2~3년 동안은 관찰해야 행성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한 케플러-452b는 주기가 1년으로 지구만큼 길다. 게다가 중심별인 케플러-452와 행성 케플러-452b는 크기까지 태양 및 지구와 유사하다. 지구보다 약간 큰 암석형 행성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가운데 가장 유력한 ‘지구’다.
케플러-22b, 케플러-69c, 케플러-62f, 케플러-186f, 글리제-581d 등은 모두 제2의 지구 후보로 꼽히는 외계행성들이다. 이중에는 생명체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을 단서, 즉 물이나 대기가 있는 행성도 있다. 제2의 지구 후보는 최근에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4일에는 120광년 떨어진 HAT-P-11b라는 외계행성 대기에서 물 분자가 발견됐다. HAT-P-11b는 해왕성 크기 정도다. NASA 존 그런스펠드 과학임무담당 부국장은 “지금까지 물 분자가 발견된 행성 중 가장 크기가 작다”며 “케플러와 허블, 스피처 우주 망원경까지 모두 동원해 겨우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분광기 스펙트럼을 이용해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물 분자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지구의 운명이 궁금하다면….
태양의 나이는 40억~50억 년으로 사람으로 치면 ‘청년’에 해당된다. 이런 태양이 수명이 다해 폭발하면 과연 지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의문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탈리아 국립천문학연구소(INAF)팀이 태양계 밖에서 해답을 찾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구는 태양이 폭발한 이후에도 살아남긴 한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지구에서 4570광년 떨어진 페가수스자리의 백색왜성 V391 Peg이다. 연구팀은 이 별이 거성 단계를 거쳐서 폭발을 막 마친 노년기의 태양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V391 Peg은 폭발 전에 비해 질량은 2분의 1이고, 온도는 15배 이상 뜨거워진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V391 Peg 주변을 도는 행성들의 폭발 전 질량과 위치를 역으로 추적했다.
추적 결과 중심별에서 1.0AU 거리에 있던, 목성의 3.2배 무게의 행성 V391 Peg b는 폭발 이후 중심별로부터 거리가 1.7AU로 더 멀어졌다. 태양계로 치면 태양이 폭발한 이후에 지구의 위치가 현재보다 더 뒤로 밀려났다는 뜻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중심별이 폭발한 뒤 질량과 중력이 줄면서 1.0AU만큼 떨어져있던 V391 Peg b 행성이 더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졌다고 해서 생명체가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태양이 늙어서 폭발하기 전에 지금의 금성 궤도까지 매우 커질 것이고, 그때 지구에 도달하는 열은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결과는 2007년 네이처 9월 13일자에 실렸다. 한편 태양계의 ‘걸음마’ 시절을 보여주는 항성을 가진 외계행성계도 발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3월 27일에 발표한 외계행성계 HD 115600는 중심별 주변에 암석의 잔해로 이뤄진 밝은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46억 년 전 태양계 탄생 시에 형성된 거대한 고리(카이퍼 벨트 영역)와 매우 유사하다.
태양계는 one of them
외계행성계는 그동안 사람들이 ‘진리’라고 여겼던 태양계의 법칙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태양계 내에서는 밀도가 큰 암석형 행성이 태양 근처에, 밀도가 낮은 가스형 행성은 태양에서 먼 곳에 있다. 하지만 외계행성계에서는 이런 순서가 뒤죽박죽이어서 목성형 행성처럼 덩치가 큰 가스형 행성이 모항성에 가장 근접해있는 경우도 많다. 중심별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하는 행성도 있고, 찌그러진 궤도로 중심별을 돌고 있는 행성도 많다(태양계 행성처럼 궤도가 원인 행성이 오히려 드문 편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에필로그에서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종(種)으로서의 인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계행성 탐사는 어쩌면 다른 생명체를 찾는 목적보다 ‘우리가 누구인지’, ‘태양계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노력일지 모른다.
부록 : 행성 사냥법 TOP3
외계행성은 그 자체만으로 빛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중심별인 항성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런 뒤 외계행성이 중심별인 항성 앞을 지나갈 때 항성의 밝기가 잠시 어두워지는 현상을 포착한다. 케플러 망원경은 이렇게 외계행성의 흔적을 포착하는 데 최적화된 장비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2000개 중 절반 이상을 케플러 망원경 혼자 찾았다. 행성을 찾는 주요 3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시선 속도법(Radial Velocity)
케플러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 전까지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데 가장 많이 이용된 방법이다. 행성의 영향으로 항성의 중력 중심이 움직이는데, 그 중 앞뒤로 이동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앞뒤로 움직이는 속도 중에서 지구와 항성을 잇는 방향의 속도를 시선 속도라고 부른다). 빛은 도플러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것을 분광기로 분석하면 항성이 앞으로 가까워지는 것과 뒤로 멀어지는 것을 색으로 볼 수 있다.
Transits)
횡단법(
외계행성의 절반 이상을 찾아낸 케플러우주망원경의 원리다. 외계행성이 우리 눈과 항성 사이를 지나갈 경우, 우리 눈에는 항성 표면에 검은 원반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항성의 밝기가 어두워지는 정도를 통해 행성의 존재 여부와 크기를 알 수 있다.
Microlensing)
미시중력렌즈 효과(
두 항성이 일직선 위에 있을 때, 앞 항성의 중력장에 의해 뒤 항성의 빛이 휘어 전달되는 효과를 이용한다. 앞 항성에 외계행성이 있다면, 뒤 항성에서 오는 빛에 불규칙성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포착한다. 다른 방법들이 항성 근처에 있는 큰 가스형 외계행성을 찾는 데 유리한 반면, 중력렌즈 방법은 항성에서 공전 주기가 1년 정도 되는 멀고 작은 지구형 행성을 찾는 데 특화돼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칠레, 호주, 남아공 세 곳에 관측시스템(KMT Net)을 설치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