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물리학상에 펄머터 등 3人… 우주 가속팽창 규명
별의 마지막 순간인 초신성 밝기 관찰
끌어당기는 중력과 반대인 밀어내는 암흑에너지 예견… 아인슈타인 우주론 입증
우주는 팽창했다가 한계에 달한 어느 순간 다시 줄어들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인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최후의 순간에 빛을 내며 소멸하는 별을 관측해 천체물리학계의
오랜 의문으로 남아 있던 두 가설 중 우주가 점점 더 빨리 팽창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137억년 전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에서 시작됐다. 그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만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질량이 있는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 즉 중력(重力)을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빅뱅 이후 우주에
점점 물질이 가득 차면 어느 순간 그 물질들 사이에 중력이 작용해 우주가 다시 빅뱅 초기처럼 한
점으로 모여들 것으로 생각했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우주가 일순간에 팽창했다가 점점 중력
때문에 팽창 속도가 느려지면서 결국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 명은 '초신성(超新星·supernova)' 관측을 통해 기존에 과학자들이 말하
던 우주의 운명이 맞는지 확인했다. 초신성은 별이 수명을 다해 최후를 맞을 때 갑자기 100만배나
밝아지는 것을 말한다. 박창범 교수는 "초신성의 빛이 어느 정도 밝은지에 따라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
져 있는지 거리를 알 수 있다"며 "초신성은 우주 연구에서 거리를 재는 이른바 '표준 척도'로 쓰인다"
고 말했다.
등대에서 멀어질수록 등대 불빛은 어둡게 보인다. 따라서 현재 눈에 보이는 밝기와 등대 불빛의 절대
적인 밝기를 비교하면 나와 등대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펄머터 교수는 1988년부터, 슈밋·리스 교수팀은 1994년부터 각각 별도의 팀을 꾸려 지구로부터 100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간 달린 거리) 떨어진 초신성 50개를 관측했다. 이 초신성들은 지구만한 크기지
만 빛은 은하 전체와 맞먹는다. 절대적 밝기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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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솔 펄머터, 브라이언 슈밋, 애덤 리스. |
기존 이론은 빅뱅이후 우주의 팽창속도가 일정하다고 보았다. 연구진은 그에 따라 초신성의 거리와
밝기를 예측했다. 그런데 실제로 관측한 초신성은 그보다 더 어두웠다. 즉 우주가 점점 더 빨리 팽창
하면서 초신성이 예상보다 멀어졌기 때문에 더 어둡게 보인 것이다. 우주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계속 팽창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 사람의 발견은 아인슈타인의 예측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 천체 간의
중력에 맞서 천체들을 밀어내는 힘인 척력(斥力)이 있어 힘의 균형을 이룬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또 자신의 우주 방정식에 척력의 세기를 좌우하는 '우주 상수'도 도입했다. 우주 팽창은 아인슈타인
이 말한 척력이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밀어내는 힘이 있어야 계속 우주가 팽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척력은 오늘날 '암흑 에너지(dark energy)'로 불린다. 우주의 74%는 암흑 에너지
이며 22%는 질량은 있으나 빛을 내지 않는 암흑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가 아는 빛을 내는 물질
은 우주의 나머지 4%에 불과하다.
양홍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우주 팽창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팽창하는 힘이 중력을 이긴다는
것으로, 중력이 존재해도 우주가 계속 팽창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며 "이 같은 우주론이 바로 이
세 과학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15년 사이 새로 정립된 것"이라고 밝혔다.
☞ 초신성(超新星·super nova)
태양처럼 스스로 빛나는 별(항성)이 수명이 다한 상태에서 갑자기 큰 폭발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100
만배가량 밝아지는 것. 사실은 죽음을 앞둔 별의 마지막 모습이지만 마치 새로 생겨난 별처럼 환하게
밝다고 해서 ‘초신성(超新星)’이라 불린다.
☞ 암흑 에너지(dark energy)
우주에서 밀어내는 힘을 가진 에너지. 질량을 가진 물질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만 있다면 우주
가 한 점으로 수축했겠지만,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는 데서 중력보다 더 강한 밀어내는 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고안해낸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