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인류에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著 2012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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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어로 변환이란 뜻을 가진 ‘에트로페’에서 비롯된 엔트로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물질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단순한 자연원리다. 질서정연하면서 깔끔하게 청소가 돼 있는 방을 생각해보자.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하루하루 지날수록 방은 점점 어수선해지고 지저분해진다. 청소를 하지 않고 두 달 정도 지난다면 과연 사람이 살고 있는 방인가 할 정도로 흐트러져 있게 된다. 확률상으로도 매일 깔끔하게 청소가 돼 있는 것보다는 청소가 안 돼 흐트러져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것이 바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분자운동이 확률이 작은 질서 있는 상태(깔끔하게 청소돼 있는 방)에서 확률이 큰 무질서한 상태(청소가 안 돼 어질러져 있는 방)로 이동해 가는 자연현상이다. 온도차가 있는 두 개의 물체를 접촉시켰을 때 열은 뜨거운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당연하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열이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이동하는 역반응은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에어컨은 어떻게 된거지? 에어컨의 냉각기에서 열을 빼앗아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엔트로피가 감소한다. 그렇지만 에어컨의 냉각기를 작동시키는 모터 내에서 전류가 열로 바뀌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 차원에서 엔트로피는 도리어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 엔트로피의 법칙을 탄생시킨 열역학은 열과 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자연계 안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흐름을 다루는 학문이다.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이용해 경제성과 효율성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공학이나 화학공학 등 공학계열에서 열역학은 필수적으로 배우고 넘어가야 하는 과목이다. 자연과학과 공학의 마스터 키처럼 여겨지는 ‘엔트로피의 법칙’을 기술·환경정책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제레미 리프킨은 ‘가능하다’고 답한다. 여기에 덧붙여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지구란 생태환경 내에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엔트로피’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의 글쓰기는 여타 과학적 개념을 차용해 자신의 이론을 설명을 하던 자크 데리다나 질 들뢰즈처럼 난해하지 않다. 난삽함 없이 깔끔해 문장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논리를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과학책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그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여기서 시작된다. 경제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을 뿐 과학 교육을 받은 적 없는 그가 과학적 엄밀성을 결여한 채 몇 가지 과학적 사실을 주워담아 기술이 원인이 되는 종말론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 내에서도 독특한 견해를 펼쳐 유명세를 떨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까지도 “리프킨의 글은 학문으로 가장해 교묘히 짜깁기된 반지성적 프로파간다의 성격을 띤다”고 비판할 정도다. 그의 ‘종말’시리즈에서 드러난 과학기술에 대한 반감은 그를 기술혐오자이자 新러다이트주의자라고 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를 꼭 기술혐오자라고 낙인찍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된다. 기술이 환경과 사회 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 뒤 효과적인 선전술로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해 변화를 유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을 비판하든 옹호하든 이렇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가 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체계를 뒤흔든 20세기를 거쳐서도 굳건히 절대 자연법칙으로 군림하고 있는 엔트로피로 현대과학의 한계와 인류종말 가능성을 이야기한 리프킨의 의견은 그렇기 때문에 성서의 요한계시록만큼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리프킨은 지구를 외부와 에너지, 또는 물질전달이 전혀 되지 않는 고립계(isolated system)로 가정하고 있다.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지구 내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은 제한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 지금과 같이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가용 가능한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 쓸 수 없는 에너지만 늘어난다고 강조한다. 리프킨은 화석에너지의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도 지구 전체 엔트로피의 증가를 막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풍력과 조력, 태양열은 자연발생 에너지이기는 하지만 개발 속도가 너무 늦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인류의 생활습성과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혁명 이후 정착된 생활습성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 전환’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은 것이다. 리프킨의 견해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그건 자유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폭주기관차처럼 발전해가는 과학기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축복인지 재앙인지를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누구?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 문명 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탁월한 사상가이자 운동가로 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과학을 가장한 사이비 저술가나 영향력 있는 선동가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타임지에서는 그를 ‘과학계에서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리프킨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는 기술이 환경과 사회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것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초기작 ‘엔트로피’는 이런 그의 사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후 정보화 사회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경고한 ‘노동의 종말’이란 책을 출간해 또다시 미국 사회를 뜨거운 논”쟁 속으로 몰아넣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소유의 종말’과 화석연료 고갈로 대안연료로 수소연료가 부각될 것이라는 내용의 ‘수소경제’도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도‘생명권 정치학’‘바이오테크 시대’‘육식의 종말’‘유러피언 드림’‘공감의 시대’등을 출간했다. 리프킨은 실리콘 칼라, 뉴 사이언스, 수소경제와 같이 요즘 많이 쓰이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것만으로도 그가 첨예한 논쟁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donga.com
브라이언그린 타임워프 우주팽창속도 : 증가중 가속우주팽창설 최고의 정돈상태(빅뱅전의점)>빅뱅>혼돈의상태 진행중>아주먼 미래(예:1,000억년 뒤)에는 은하간의 거리도 엄청나게 멀어진다. ※결국. 우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 원래의 정돈된상태(점)으로 돌아가고, 시간과 공간도 없는 공허한 상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