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김수봉 교수팀 세계서 2번째
영광원전 원자로서 연구, 선수 친 중국보다 측정값 정확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중성미자를 잡는 근거리 검출기(왼쪽)와 원거리 검출기(오른쪽). 외부 잡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290m, 1380m 떨어진 산속에 터널을 뚫어 설치했다. 두 검출기에 각각 잡힌 중성미자의 수를 비교해 상호
변환 비율(변환 상수)을 구한다.
김수봉 교수우주의 '유령 입자'인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는 아직도 풀지 못한 비밀이 많은 신비의 우주 기본 입자
다. 그 종류는 세 가지인데, 각각 일정 비율로 서로 변환(변환상수)된다는 사실을 알 뿐 그 질량도 모른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중성미자의 세 가지 변환상수 중 마지막 남은 상수를 중국에 이어 풀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12개 대학 35명으로 구성된 'RENO(리노)' 연구팀은 중성미자의 세 번째 변환상수가 10.3%
이며, 이는 10억 번에 2번 정도 틀릴 확률로 정확도가 높게 나왔다고 3일 밝혔다. 중성미자 10개 중 1.03개가 다른 중성
미자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달 초 한국팀이 측정한 것과 같은 변환상수를 발표한 중국의 값은 9.2%, 정확도는 1000만
번에 6회 정도 틀릴 확률이었다. 우리나라는 3주 정도 늦게 결과를 발표했지만 중국에 비해 정확도 높은 변환상수를
측정했다는 평가다. 세계 입자물리학계는 중성미자의 세 가지 변환상수 중 두 가지를 1990년대 일본 연구팀이 각각
100%와 80%라는 사실을 밝힌 뒤 그동안 마지막 남은 상수를 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 왔다.
우리나라 연구팀은 그 해답을 전남 영광원전의 원자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자(電子)중성미자에서 찾았다. 연구팀은
116억원을 들여 원자로 중심에서 290m 떨어진 곳의 지하와 1380m 떨어진 곳의 지하에 각각 중성미자 검출기를 지난
해 8월 설치한 뒤 가동에 들어갔다. 그런 뒤 먼저 막 원자로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근거리 검출기에서 세고, 원거리 검출
기에서는 그 거리를 날아오면서도 계속 변하지 않은 중성미자 숫자를 파악해 변환율을 계산했다.
◆중성미자=전자중성미자와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 등 세 종류가 있다. 태양의 핵융합이나 원자로의 핵분열 등
으로 만들어진다. 하루에 수조 개가 우리 몸을 통과해도 아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물질과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령 입자라고 한다.
◇우주 비밀 한 걸음 다가가=중성미자의 마지막 남은 변환상수를 밝힌 것은 물리학계의 대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중성미자는 우주에 광자 다음으로 많은 입자지만 질량이 거의 없고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알려져
있다. 빅뱅 직후 만들어져 전 우주에 퍼져 있으며, 핵융합이나 핵분열 시에도 만들어지지만 질량이나 특성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중성미자는 뮤온ㆍ타우ㆍ전자 등 3가지가 있는데, 뮤온과 타우, 타우와 전자, 전자와 뮤온중성미자가 시간이 가면 서로
자유롭게 형태를 바꾼다. 지금까지 뮤온-타우중성미자 변환 비율이 100%, 타우-전자중성미자 80%로 밝혀졌고, 이번에
전자-뮤온중성미자가 10.3%의 비율로 바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