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힉스입자에 열광하는가?
"내 생애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힉스 입자의 가설을 최초로 세운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4일 '힉스' 추정 입자
발견 소식을 접하고 감격하며 한 말이다. 올해 83세인 피터 힉스는 35세 때인 1964년 힉스 입자를 최초로 이론화했고,
이후 우리나라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가 이 이론상의 입자를 '힉스'로 명명했다.
이후 힉스 입자는 반세기 가까이 가설로 존재해 왔으며 현대 입자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인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12개의 입자 가운데 그동안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았다. 올 연말쯤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이 새로 발견된 입자가
힉스인지 여부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힉스로 최종 확인되면 힉스의 가설은 48년만에 실험으로 입증되는 것이다.
힉스는 '신의 입자'로 불리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미 물리학자 레온 레드만이
힉스 입자에 대한 책을 출판하면서 제목을 '빌어먹을 입자'로 정해 출판사에 보냈다.
그런데 출판사의 편집인이 책 제목을 '신의 입자'로 바꾸어 발간하면서 오늘날 '신의 입자'가 된 것.
힉스의 존재가 밝혀진다는 것은 표준모형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신의 영역인 우주창조의 비밀을 푸는데
성큼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즉, 물질의 기본 입자를 분류해 이들의 상호 작용을 밝히는 표준 이론을 통해 우주의 생성,
존재, 소멸의 이유를 물리학으로 완전하게 설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힉스 추정 입자의 발견에 세계가 흥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힉스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입자 가속기를 건설해야 하는데, 의회의 예산 편성을 두고 항상
논란이 벌어졌다. 비용 문제도 있지만 이 실험이 곧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종교적인 이유가 컷다.
우주의 역사는 137억년 전 빅뱅에서 출발한다고 믿어진다. 대 폭발 직후 엄청나게 뜨거워진 우주는 온도가 식어가면서
물질의 구성요소가 되는 입자들이 만들어졌다.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된 것이다.
빅뱅의 거대한 에너지가 오늘날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로 변하는 원리는 아인쉬타인의 E=mc2
(E:에너지, m:질양, c:빛의속보), 즉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에너지는 물질로, 물질은 에너지
로 전화될 수 있으며, 핵의 분열을 이용한 원자폭탄이나 융합을 이용한 수소폭탄도 곧 물질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물질로
변하는 과정이다.
표준모형이론에 따르면 빅뱅 이후 우주의 물질을 만드는 12개의 기본입자가 생성되었으며 이 가운데 '힉스'는 다른 입자
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원자의 핵과 전자가 질량을 갖는 것은 바로 힉스 때문인데, 이와 대조적으로 빛은 입자
이긴 하지만 질량이 없다.
문제는 힉스의 경우 빅뱅으로 생성됐다가 다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존재할
뿐 자연상태에서 실제로 입자를 발견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빅뱅 직후 소멸된 입자를 확인하려면 빅뱅과 같은 조건을
재현하는 실험 장치를 만들어 인위적으로 힉스 입자를 만들어야 했다. 이 실험 장치가 CERN이 힉스 추정 입자를 발견
하는 데 사용한 거대강입자가속기였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이 실험장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실험 장치 가운데 하나로 전 셰게 85개국에서1만명이
넘는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연구에 참가했으로 실험 비용만 수십억 유로가 들어가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힉스'
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힉스가 아닌 아직 우리가 몰랐던 또다른 입자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만약 힉스가 아닌 또 다른 입자라면 표준모형 이론을 대체할 새로운 이론을 정립해야 하며 그만큼 물리학계는 당분간
혼란을 겪어야 한다. 실제로, 일부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입자의 질량 125GeV(기가전자볼트)가 톱쿼크(178GeV)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힉스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