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구성하는 암흑물질로 추정…과학자들 존재 입증 안간힘
지난주 유럽 입자핵물리연구소(CERN)가 '힉스입자(Higgs Boson)'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자 전 세계 과학
계는 열광했다. "우주의 기원은 무엇일까", "인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와 같이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물음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37억년 전 우주대폭발(빅뱅)과 함께 생겨난 입자가 질량이 없었다면 빛처럼 서로 반응하지 못해 원소조차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피터 힉스 교수는 1968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
를 제시했다. 과학자들은 빅뱅을 재현하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만들어 실험에 나섰고 결국 40년 만에 힉스입자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를 찾아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인간이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넓혔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자연을 해석하면서 가상의 입자를 만든 뒤 실험을 통해 발견한 사례는 힉스입자가 처음이 아니다. 1931년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폴 디랙은 전자와 양자, 원자와 크기나 특성이 동일하지만 반대의 전하를 띤 '반(反)물질'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반물질은 최근 미국 경제 전문매체인 인사이더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질로(1g당 7경원) 선정해 화제가
되기도 한 물질이다. 당시 저명한 과학자인 볼프강 파울리는 "반물질은 물리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반발했지만 이듬해
인 193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칼 앤더슨이 이를 발견해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존재가 확인됐다.
반물질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물질과 만나 소멸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반물질 0.5g은 히로시마
에 터진 핵폭탄과 맞먹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반물질이 만들어지고 난 뒤 금세 소멸되기 때문에 보관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CERN이 LHC에서 포착한 반물질인 반수소를 16분 동안 보관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과학자들은 반물질과 힉스입자 이후 꼭 발견해야 할 입자 중 하나로 '윔프(WIMP)'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입자는 우주 전체에 약 4%가량 분포해 있으며 암흑물질이 23%, 암흑에너지가 73%를 차지하고 있는데 윔프는
암흑물질의 후보로 손꼽히는 입자이기 때문이다. 윔프는 힉스입자를 명명했던 한국인 과학자 고(故) 이휘소 박사가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윔프는 수소원자보다 100배 무거우며 손톱만 한 넓이에 초당 수십만 개가 쏟아지지만 반응하지 않고 지구를 통과해
버린다.
2000년부터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 암흑물질 검출 장비를 설치하고 윔프를 찾고 있는 김선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윔프는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아 흔적을 찾기 어렵다"며 "잡신호를 없애기 위해 지하에 검출기를
설치해 놓고 윔프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땅속 깊은 곳에 검출기를 설치하면 윔프 외의 입자들은 암반이나 검출기
외벽에 부딪혀 튕겨 나가고 윔프만 검출기를 지나게 된다.
윔프는 아주 드물게 기존 물질과 충돌할 때가 있는데 윔프가 세슘과 요오드로 만든 검출기에 부딪히면 녹색이 나타난다.
검출기에서 녹색을 발견하면 윔프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기존 검출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새로운 검출기를 개발해 적용을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윔프를 발견한 뒤 특성을 알아내면 이론적으로 알려진 빅뱅과 우주의 팽창과정이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용어정리>
윔프(WIMP) : 우주를 23% 구성하고 있는 '암흑물질'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입자.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