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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가 실제 `힉스입자'일 확률이 더 높아졌다.
1일 BBC뉴스에 따르면 CERN 강입자가속기(LHC)의 아틀라스(ATLAS)팀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이 입자가 물리학 표준모델의 마지막 미발견
입자인 `힉스입자'일 확률이 5.9 시그마라고 물리학 학술지 `피직스레터스'에 발표했다.
이는 힉스입자 발견이 통계적 오류의 결과일 가능성이 3억분의 1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달 발표 당시
연구진은 힉스입자일 확률을 4.9∼5시그마로 밝혔다. 이는 오류일 가능성이 350만분의 1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리학의 표준모델은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제시된 가설 중 가장 사실에 근접한 모델로,
이 이론이 성립하려면 모든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별도의 입자인 힉스입자가 있어야 한다.
연구진은 이 입자가 표준모델을 포용하면서도 더 강력하게 우주 생성원리를 설명하는 `초대칭이론'에 맞는
초대칭 힉스입자이거나 비 표준모델의 힉스입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2012년은 힉스의 해!
연말이 되니 각 매체마다 ‘올해의 10대 뉴스’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10대 뉴스 1위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다들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 탄생’을 꼽고 있다. 그런데 2012년 과학계도 비슷하다. 올해 가장 큰 뉴스는 단연 ‘힉스입자’ 발견
이다. 매년 마지막호에 과학 10대 뉴스를 발표하는 주간학술지 ‘사이언스’ 역시 힉스입자 발견을 1위로 선정했다.
힉스입자 발견의 역사는 1961년 일본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남부 요이치로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두 편에서
출발한다. 남부 교수는 논문에서 기본입자의 세계에서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질 수 있음을 이론으로 입증하면서,
기본입자들이 다양한 질량을 갖는 건 자발적 대칭성 깨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부 교수의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젊은 이론물리학자 6명은 전기장이나 중력장처럼 공간에 퍼져있는 어떤 장이
있어(훗날 힉스장으로 명명됨) W입자나 Z입자 같은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메커니즘을 제안한다(훗날 힉스메커니
즘이라고 불림). 이들 6명은 세 그룹인데 연구결과를 1964년 미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라는 학술
지에 몇 달 간격으로 발표했다.
첫 번째가 8월 31일자에 실린 벨기에 자유대의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로버트 브라우트의 논문이다. 다음으로 영국 에딘
버러대의 피터 힉스 단독 저자인 논문이 실렸고(10월 19일자), 마지막으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제럴드 구럴닉, 칼
헤이건, 톰 키블의 논문이 11월 16일자에 실렸다. 그런데 이들의 연구에 훗날 힉스의 이름만 붙은 이유는 뭘까.
힉스의 논문, 게재 거절당해
필자는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과학기자 이언 샘플이 쓴, 힉스입자를 다룬 책 ‘Massive’(아직 번역 안 됨)를
읽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에 힉스는 논문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간행하는 학술지 ‘피직스
레터스’에 보냈는데 뜻밖에도 게재를 거절당했다. 그러면서 편집자는 논문을 보완해서 이탈리아에서 발행하는 한
학술지로 보내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했다.
굉장히 중요한 이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힉스는 크게 실망했지만 논문을 다시 쓰는 과정에서 중요한 통찰을
한다. 즉 자발적 대칭성 깨짐으로 기본입자에 질량이 주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입자가 생겨난다고 예측하고 이를
언급한 것. 힉스는 업그레이드한 논문을 이탈리아의 학술지가 아니라 ‘피직스 레터스’의 라이벌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에 보냈다.
았다. 그리고 한 학회에서 이휘소 박사가 이 입자를 ‘힉스입자(Higgs boson)’라고 부른 뒤 이 이름이 굳어졌고 덩달아
힉스장, 힉스메커니즘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나머지 다섯 사람으로서는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된 셈이다.
만일 ‘피직스 레터스’의 편집자가 힉스 논문의 진가를 알아채고 받아들였다면 힉스입자의 개념을 담은 논문은 그 뒤
다른 사람의 손에서 쓰였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힉스입자라는 말도 없었을 것이고 6명 가운데 힉스만이 부각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힉스 메커니즘을 포함해 입자물리학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하는 ‘표준모형’ 이론이 예측한 기본
입자들이 다들 검출되고 나머지 하나 남은 게 힉스입자였다. 이를 두고 유럽과 미국이 수십 년 간 경쟁했는데 미국은
기대를 걸었던 가속기 테바트론에서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은 둘레 길이가 87킬로미터에 이르는 초전도초대형입자가속기(SSC)를 짓기 시작했지만 1993년
예산을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단된다. 반면 CERN은 1994년 둘레 27킬로미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짓기로
하고 1998년 공사에 들어가 2008년 완공해 실험을 시작했고 마침내 올해 힉스입자를 발견했다.
CERN의 입장에서는 48년 전 논문 게재를 거절한 것에 대한 보답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피터 힉스의 입장에서는
그때는 그때대로 고마운 일이고 이번은 이번대로 고마운 일이 아닐까. 2012년은 누가 뭐래도 힉스의 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