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우리은하계 및 은하계 /49.원시 은하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원시 은하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블핵홀 2014. 4. 4. 07:57

 

원시 은하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중력 렌즈를 통한 은하 관측 프로젝트

 

이 세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렌즈는? 정답은 바로 중력 렌즈(Gravitational lens)다.

하지만 렌즈라고 해서 실제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렌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중력 렌즈란

커다란 질량을 가진 천체 주변의 시공간에 굴곡이 생기면서 주변의 빛이 직진하지 못하고 그 진행

방향이 굴절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중력 렌즈란 커다란 질량을 가진 천체 주변의 시공간에 굴곡이 생기면서 주변의

빛이 직진하지 못하고 그 진행 방향이 굴절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NASA

 


그리고 굴절될 때 나타나는 빛의 왜곡 현상은 일종의 렌즈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하거나 혹은 본래 있는 천체 주변으로 환영 같은 이미지가 보이게 된다. 이런 원리를 천체 망원경에

적용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는데 사용하는 것을 중력 렌즈 효과라 부른다.


최근 NASA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허블 우주

망원경 및 스피처 우주 망원경, 그리고 찬드라 관측 위성 등을 동원하여 은하들이 모인 집단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중력 렌즈 효과를 원시 은하 관측에 사용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빛이 굴절하는 현상


일반적으로 유리나 투명한 플라스틱을 통해서 물체를 보면 물체의 모양은 약간씩 변형되어 보인다.

그 이유는 빛이 공기 중을 진행할 때와 유리나 플라스틱 속을 진행할 때의 속도가 달라지므로 경계면에서

빛의 굴절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수십만 광년 떨어진 머나먼 원시 천체에서 방출된 빛이 지구

오는 경로 중간에 중력렌즈의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천체가 위치해 있다면 지구상의 관측자에게는 원시

천체가 변형되어 보이거나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바로 중력 렌즈 현상으로서, 만약 중간에 위치한 천체가 하나의 별이 아니라 수천억 개의

별이 모인 은하이거나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인 은하단이라면 그 중력의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원시 천체로부터 나온 빛을 더욱 강하게 휘도록 하는 렌즈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중력 렌즈 효과가 만들어낸 최초의 이미지  ⓒASTR

 


천체의 중력이 클수록 더욱 크게 나타나는 이 중력 렌즈 현상은, 지난 1915년에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

성 이론을 통해 빛이 천체의 중력장에 의해 그 경로가 휘어질 것을 예측함으로서 등장하게 됐고, 이후

천문학자 에딩턴이 태양 뒤쪽에서 오는 빛이 태양 가까이를 지날 때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현상을 입증함

으로써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옳았다는 증거이기도 한 이 중력 렌즈 현상은 지난 1979년에 처음으로

Q0957+561 퀘이사(quasar)에서 발견된 이후 100개가 넘게 발견됐다. 처음 발견 당시 천문학자들이

겪은 엄청난 혼란으로 인해 중력 렌즈 현상은 우주의 신기루라고도 불렸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당시 관측된 Q0957+561 퀘이사는 서로 다른 2개의 퀘이사로 보였다. 그러나

두 퀘이사의 적색편이가 일치하는 것을 궁금하게 여긴 천문학자들이 분광분석을 한 결과 두 스펙트럼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발견한 끝에 이런 현상이 중력렌즈에 의해 만들어진 퀘이사의 두 가지 이미지라는

것이 밝혀졌다.


원시 은하 관측 프로젝트인 프론티어필드

중력 렌즈는 현대 천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과거

어떤 방법으로도 관측할 수 없었던 암흑 물질의 3차원적인 분포를 추정할 수 있게 됐고, 아주 멀리

떨어진 원시 은하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관측이 어려운 천체라도 중력 렌즈를 통해서라면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NASA는 허블 우주 망원경과 같은 주요 천체 망원경들을 동원해 우주에서 가장 큰 렌즈라고 할 수 있는

은하단에 의한 중력 렌즈를 관측에 사용하려는 시도를 최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프론티어필드(Frontier Field)라 명명된 이 야심찬 관측 프로젝트는 지난 1월에 열린 미국 천문학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됐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천문학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취득된 다파장의 관측

데이터를 조합하여 은하의 기원 및 진화, 그리고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

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대다수의 천문학자들은 허블이나 스피처 우주 망원경과 같은 강력한 성능의 망원경으로도

모자라서 자연이 선사한 중력 렌즈의 도움을 받아야 관측이 가능한 주요 대상은 바로 우주 극초기의 원시

은하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프론티어필드 프로젝트에 투입된 3개의 천체 망원경  ⓒNASA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우주 초기의 은하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가능한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지구로부터 100억 광년 정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한다는 것은

100억 년 전 은하를 보는 것과 같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로 NASA는 지구로부터 약 130억 광년 정도 떨어진 원시 은하를 역시 지구

로부터 약 40억 광년 정도 거리의 대형 은하단인 Abell2744의 중력 렌즈 효과를 통해 발견하는데 성공

했다. 이 은하는 빅뱅 이후 불과 6억 5,000만 년 전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허블 망원경을 포함한 3개의 천체 망원경에 포착된 이미지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Abell2744의 중력

렌즈 효과 덕분에 거의 3000여 개나 되는 멀리 떨어진 은하들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은하들은

중력 렌즈 효과로 인해 본래 밝기의 10~20배 정도가 더 밝게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론티어필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NASA의 한 관계자는 “Abell2744의 중력 렌즈 효과를 이용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향후 3개의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서 중력 렌즈 효과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적당

한 거리와 질량을 가진 대형 은하단 6개를 목표로 관측하면,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의 이미지들을 대거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주 초기의 은하의 모습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면 결국 우리 은하가 어떻게 지금과 같이

진화했고, 우리가 보는 외부 은하의 모습이 왜 지금처럼 진화했는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