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눈을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빛을 ‘가시광선(可視光線)’ 이라고 합니다. 보는 것이 가능한 광선이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가시광선은 빛의 넓은 영역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빛에는 적외선(赤外線)과 자외선(紫外線) 등 다양한 영역이 있습니다. 가시광선을 프리즘으로 분산시켜보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이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 빨간(赤)색 바깥(外)쪽의 영역이 적외선, 보라(紫) 색 바깥(外) 쪽 영역이 자외선입니다. 이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 존재를 잘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이지 않는 빛’들이 사진과 만나면 우리가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적외선은 고미술품 연구, 회화 및 문서 위∙변조 감별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안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 이런 ‘보이지 않는 빛’의 특성은 예술분야에서 새로운 표현의 도구로 응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항상 있지만 우리 눈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문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적외선으로 본 윤두서의 자화상
이 사진은 국보 제240호로 지정되어 있는 ‘윤두서 자화상(尹斗緖 自畵像)’입니다. 일반적인 조선시대 후기 초상화는 전신이나 상반신을 그립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상반신을 생략하고 얼굴만을 강조하여 그린 특이한 양식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적외선으로 촬영해보면 우리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상반신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본래 밑그림에는 상반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윤두서가 작품을 완성하면서 얼굴 부분만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외선의 초능력
어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문서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문서의 중요한 부분은 검은 먹으로 알아 볼 수 없게 덧칠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적외선 사진을 이용하면 문서 속 본래의 내용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바로 적외선의 투시능력 때문입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에 비해 긴 파장을 갖습니다. 그로 인해 쉽게 산란되지 않고 대상을 투과합니다.


사람마다 다른 손등의 혈관
‘생체 인식 시스템’을 이용한 보안 장치들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손등 혈관의 위치와 모양을 이용, 신원을 판독하는 ‘손등 혈관 인식 시스템’이 나왔습니다. 손등 혈관 인식 시스템은 이 사진처럼 적외선을 이용하여 사람의 손등을 촬영한 후 정맥의 위치와 모양 크기 등을 비교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지문인식 시스템’에 비해 인식 오류 빈도가 아주 낮은 것이 장점입니다.


한여름의 설경
여름은 맑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강렬한 태양과 함께 다양한 식물들이 생명력을 뽐내는 계절입니다. 이 사진은 한여름의 풍경을 찍은 것 입니다. 마치 흰 눈이 내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적외선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잎은 적외선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사진 상에서 밝게 나타납니다. 반대로 하늘과 같은 부분은 적외선을 흡수하여 어둡게 나타납니다.


한 여름의 붉은 단풍
색(Color)은 가시광선의 영역에서만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외선 사진은 흑백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특수한 방법을 이용하면 색이 있는 적외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컬러 적외선(Color Infrared) 사진이라고 합니다. 컬러 적외선 사진은 언뜻 보기에 일반적인 가시광선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녹색으로 나타나야 할 나뭇잎들이 전부 적외선 특유의 붉은 색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컬러 적외선 사진의 특징은 특정 지역의 수목 분포도 조사 및 장기간에 걸친 수목 생태 변화 연구에 쓰입니다. 또한 군사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Death Valley
황량한 사막에 덩그러니 남겨진 낡은 수레의 모습에서 진한 외로움이 묻어납니다. 이 사진은 앞서 설명한 한여름의 설경과 마찬가지로 적외선으로 촬영한 것 입니다. 같은 적외선 사진이라고 할지라도 이처럼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라 필름 카메라에 적외선 필름을 넣어서 촬영했기 때문입니다. 적외선 필름을 이용하면 적외선 사진에서만 나타나는 특징들과 함께 고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적외선을 이용한 풍경사진은 우리가 평소에 보는 것과는 다른 광경을 보여줍니다. 그 때문에 보다 새로운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진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