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 항공우주국이 쏘아올릴 제임스웹 천체망원경의 개념도.
이 망원경은 지구궤도 밖 6400만㎞에서 고장나 제 기능을 하기 힘들게 된 케플러망원경을
대신해 지구 밖 생명체를 찾는 일을 하게 된다. NASA 웹사이트
ㆍ예산 삭감에 ‘돌파구’ 삼아 탐사위성·새 망원경 공개
“과학자들이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찾으면 미국 정부는 이 사실을 일반에 공개할 것인가.”
14일 미 항공우주국(NASA) 워싱턴 본부에서 열린 ‘지구 밖 생명체’ 공개토론회 질의응답 시간에 한 일반인이 소셜네트워크
를 통해 이렇게 물었다. NASA 수석 과학자 엘렌 스토판은 주저함 없이 “물론이다. 그것은 정말 신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일반인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우리 발견을 공개해 즐거움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 NASA에 외계생명체 찾기는 조직의 존재이유가 된 것 같다. 예산 절감 시대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자면 외계생명체 존재에 대한 확신과 납세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전직 우주비행사이자 NASA 국장인
찰스 볼든은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를 믿느냐고 묻는다면, 여기 모인 대부분 나의 동료들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
인류만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매더 등 미국 유수의 과학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NASA는 그간 이룬 성과들을 설명
하고 차세대 관측장비들을 소개했다. 천체망원경과학연구소의 매트 마운튼은 2009년 설치한 케플러 망원경 덕에 우리
은하 내 거의 모든 항성은 행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들을 찾아내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NASA가 소개한 장비는 2017년 쏘아올릴 외계행성탐사위성(TESS), 2018년 지구 밖에 설치할 제임스웹 천체망원경 등이다.
이 중 제임스웹 망원경은 태양계 밖 다른 행성들을 둘러싼 기체에서 수분이나 이산화탄소 등 생명체가 뿜어내는 화학성분을
식별함으로써 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망원경은 지구에서 93만마일(약 149만6700㎞)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외계를 관찰하게 된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배 정도 된다.
문제는 예산이다. NASA 예산은 구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시대였던 1966년 정부 예산의 4.41%를 차지한 것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 2012년에는 0.48%까지 떨어졌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2007년까지 5억달러를 들여 설치한다는 목표로 1997년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표연도는 2018년으로 늦춰졌고 소요예산은 88억달러로 불어났다. 의회는 2011년 NASA
예산 중 19억달러를 삭감하며 제임스웹 망원경 설치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가 과학계가 반발하자 계획은 살리되
관련 예산이 80억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태양계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 가장 높은 4곳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의 표면은 탄화수소로 가득차고, 습하다. 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촬영한 타이탄의 호수 모습 (사진=NASA 홈페이지)
검은 아스팔트 거품으로 가득 찬 카리브해의 호수는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8일 이 호수에서 생명체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타르로 가득 찬 트리
니다드 지역의 피치 호수에서 미생물들이 작은 물방울 속에 살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번 발견은 생명체가 살기에 부적절할 것으로 여겨졌던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과학전문 뉴스 사이트인 라이버 사이언스는 이번 발견을 계기로 태양계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 지역으로 타이탄 등 4곳을 꼽았다.
◈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
트리니다드의 피치 호수에 생명체가 발견된 사실은 타이탄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과학자들에게 매우 흥미로는 일이다.
타이탄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으로 태양계의 다른 어떤 천체보다 지구와 닮은 점이 많다. 다만 지구에 있는 바다 대신 탄화
수소로 가득 찬 거대한 호수를 갖고 있다.
피치 호수에서 생명체를 발견한 미 워싱턴 주립대 더크 슐츠 마크흐 천문생물학자는 타이탄의 기름으로 덮인 호수 속에는
피치 호수에서 발견된 물방울과 비슷한 물과 암모니아 혼합물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사이언스지에서 분석했다.
그리고 기름에 갇힌 물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아낸다면 탄화수소로 가득 찬 타이탄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경우 그들이 탄화수소에 어떻게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진전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화성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화성에서 관찰되는 수로 모양의 지형이 화성인들의 인공구조물이라는 인식을 일반인들 사이에 확산시켰다. 물론 이는 1960~70년대 NASA(미항공우주국)의 우주선 마리너 호와 바이킹 호가 보내온 사진을 통해 공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물 얼음이 남극과 북극을 뒤덮고 있으며, 화성 토양에는 2%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모든 지구생명체는 물을 필요로 하고, 과학자들이 화성에서 물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화성에서의 물의 존재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NASA의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적어도 10억 년 이전에는 화성에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화성은 지금보다 더 습하고, 따듯했다.
◈ 목성의 위성 유로파
우리가 아는 것처럼 물이 생명체 존재의 핵심 요소라면 유로파는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체이다. 타이탄은 표면의 두꺼운 얼음 아래에 거대한 양의 물을 액체 상태로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극단적 환경의 지구 바다 속에서 미생물체를 발견했다. 이는 유로파와 같은 곳에 이상한 형태의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남극의 빙하 속 깊이 묻혀 있던 호수에서 미생물을 발견했다.
NASA는 유로파 탐사선을 개발 중이다. 새로운 탐사선은 유로파의 남극에서 지난달 발생한 수증기 폭발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생명체의 흔적을 찾게 된다.
◈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서
유로파처럼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서는 지표 아래 깊숙한 곳에 대양이 있고, 이를 뒤덮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얼음층을 갖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 얼음층은 적어도 슈피어리어 호수 만큼 큰 호수를 덮고 있다.
일부 연구원들은 40㎞에 이르는 이 거대한 얼음 층을 직접 뚫지 않아도 숨겨진 호수의 물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달 NASA의 토성 탐사우주선 카시니가 남극 주변에서 수증기와 얼음을 뿜어내고 있는 101개의 간헐천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머지않아 NASA의 탐사선들은 토성 지표를 뚫고 들어갈 필요 없이 이 간헐천 속을 비행하며 엔셀라두서의 깊은 바닷속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갤럭시1, 갤럭시2, 갤럭시3… 스마트폰 이름이 아니다. 진짜 은하(갤럭시)도 우리의 지식이 바뀔 때마다 새로 번호를 붙여
야 할지 모른다. 지금 알고 있던 은하를 갤럭시2로 부른다면, 지금부터 볼 새로운 은하는 갤럭시3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뒤틀리고 출렁이며 시커멓고, 심지어 쭈글쭈글하기도 한 은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보자. 천문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우리가 몰랐던 은하의 다른 맨 얼굴도 함께 공개한다.

이것이 은하의 진짜 모습이다! 당신이 아는 우리은하의 모습은? 납작하고 좌우대칭을 이루는 예쁜 원반 모양
을 떠올린다면, 당신의 지식은 크게 낡았다.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은하는 훨씬 역동적이고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엑스선 및 감마선 버블 : 뿜어져 나온다. 감마선 버블은 크기가 2만 5000광년에 이르며, 엑스선 버블이 그 주위를
둘러싼다. 2011년 나사가 발견했다.
거대질량블랙홀 : 은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태양 질량의 약 400만~450만 배 규모로 추정된다.
나선팔 : 우리은하가 지닌 나선팔의 정확한 모습과 수는 최근까지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2008년 NASA가 제시한 나선팔 지도가 사용되고 있다.
- 마젤란 성운 : 대마젤란성운과 소마젤란성운으로 돼 있으며, 우리은하에 있는 20~30개의 왜소은하 중 일부다.
은하 뒤틀림(워프) : 은하는 변화가 없는 게 아니라, 주변 은하의 영향 혹은 암흑물질 헤일로의 구조 때문에
끝이 뒤틀린다. 뒤틀림은 수십억년 동안 지속되며, 묵처럼 출렁이기도 한다. 전체 은하의 70%가 뒤틀림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야 조금씩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은하팽대부 또는 은하중심부 : 우리은하의 경우 전체 원반의 약 10% 정도인 지름 3kpc(킬로파섹, 1파섹은 빛의
속도로 3.26년 가는 거리) 크기. 원반 부분에 비해 성간물질이 적지만, 중심부 200pc 부근은 다시 성간물질이 많아진다.
- 은하 주름(스케일러핑) : 은하 끝 부분이 마치 치마 주름이나 조개껍질 끄트머리처럼 쭈글쭈글해져 있는 현상
아직 원인을 전혀 모른다.
- 사기타리우스 성운 : 왜소 은하가 서서히 우리은하에 흡수돼 사라지고 있다. 원래 크기는 지금의 10배 정도로
추정된다.
- 암흑은하 : ‘암흑은하’라는 말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희미한 왜소은하(ultracompact dwarf galaxy)’의
경우, 일반적인 은하보다 암흑물질의 비율이 10배 이상 많다. 관측이 어려워 가까이에 있어도 존재를 모를 수 있다.
- 암흑물질 헤일로 : 부분보다 수십 배 넓은 영역에 걸쳐 암흑물질이 뭉쳐 있다. 우리은하 질량의 거의 90%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헤일로가 차지한다.
새로운 은하의 모습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워프(WARP)’다. 휴대전화 통신사의 서비스 이름으로, 또 SF 작품에서
‘순간이동’을 의미하는 용어로 친숙한 단어다. 하지만 천문학에서 말하는 워프는 다른 뜻으로, 은하가 어떤 이유로 휘거나
뒤틀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은하가 순간이동 하는 모습을 기대한 독자나 SF팬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하의 워프는 순간이동 못지않게
불가사의하며 장대한 현상이다. 지름이 30kpc(킬로파섹, 1파섹은 빛의 속도로 3.26년 가는 거리. 즉 30kpc은 빛의 속도로
10만 년 가야 하는 거리)인 은하가, 마치 누가 꼬집기라도 한 것처럼 끝이 꿀렁하고 휜다. 더구나 묵이나 고무막대처럼
진동하며 출렁이기까지 한다. 한 번 출렁이기 시작하면 약 40억~50억 년 동안 지속된다. 고작 우주선 하나 순간이동하는
것보다 얼마나 웅장한가.
한번 시작하면 40억~50억 년 계속돼
은하 워프는 1950년대 전파로 성간물질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생각보다 오래됐지만 연구하기가 까다로워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관찰 역시 쉽지 않아, 전체 은하 중 30% 정도에서만 확인이 된다. 심지어 우리은하의
워프조차 논란 중이다. 현재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전체 은하의 70%는 워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은하
도 약한 워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워프는 왜 일어날까. 물렁물렁한 고무막대를 휘려면 힘을 가해야 한다. 손으로 끝을 잡고 구부리는 방법도 있고, 나무망치
같은 것으로 툭 치는 방법도 있다. 은하 역시 뒤틀리거나 휘려면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 바로 중력이다.
“은하가 놓인 환경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근처에 은하가 많은 환경과 은하가 적은 환경이죠. 이웃한 은하가 있다면
당연히 주변에 강한 중력장이 생기지요.” 김성수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가 설명했다. 우주에는 무수한 은하가 있고, 이들
은하가 서로 스쳐 지나가거나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때로는 부딪혀 서로 합쳐지기도 한다.
이 중 두 은하가 적당한 거리에서 스치듯 지나가면 워프가 일어날 수 있다. 두 은하의 중력장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은하는 서로 끌어당기게 되고, 그 결과 마치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연인처럼 서로에게 ‘손’을 뻗는다. 은하 가장
자리가 그 방향으로 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별 외에, 전파로만 관측할 수 있는 가스 물질도 휘는데, 가스의 워프가 더
심하다.
“휘는 각도는 다양하지만, 아주 크지는 않아요. 대부분 3~5° 사이지요.” 김정환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연구원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2013년, 지도교수인 같은 과 윤석진 교수와 함께 스쳐 지나가는 두 은하가 일으키는 워프 현상을 컴퓨터로
모의실험 했다. 150만 개의 입자로 된 가상 은하를 만들어 중력장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속도와 각도만 맞으면 서로
스치는 현상만으로도 충분히 워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휘는 형태도 다양해요. 세 가지로 나뉘는데, 양 끝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휘는 S형과 카우보이 모자처럼 끝이 같은
방향으로 휘는 U형, 그리고 특이하게 한쪽만 휘는 L형이 있습니다.”

은하 워프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먼저 양쪽 끝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들리는 S형과, 같은 방향으로
들리는 U형이 있다. 한쪽만 들리는 L형도 종종 관측된다. 가만 고정돼 있는 것도 아니고, 펄럭이듯 진동하기도
한다. 두 은하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마치 손을 뻗듯 서로의 방향을 향해 은하의
끝이 휜다.
셋이 왜 각각 그런 형태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천체물리학에서는 은하 자체를 마치 토성
고리처럼 가느다란 고리가 겹쳐 있는 형태로 해석하는데, S형의 경우 이런 형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워프를 지배하는 ‘다크포스’
워프를 일으키는 두 번째 원인은 암흑물질이다. 은하는 눈에 보이는 영역이 다가 아니다. ‘암흑물질 헤일로(halo)’라고
부르는 암흑물질 덩어리가 은하는 물론 그 한참 너머까지 뒤덮고 있다. 게다가 은하 중력의 90% 이상은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이 아니라 암흑물질 헤일로가 차지한다. 사실상 은하의 주인인 셈이다.
“은하가 탄생할 때도 먼저 암흑물질이 모여 헤일로를 이루고, 거기에 물질(바리온 물질)이 ‘고여서’ 별과 성간물질을 이뤘
습니다. 암흑물질 헤일로는 일종의 ‘틀’인 셈이죠. 그러므로 은하의 모양은 암흑물질 헤일로의 모양과 관련이 깊습니다.”
김성수 교수는 2009년, 안홍배 부산대 과학교육학부 교수와 당시 제자였던 전명원 연구원 등과 함께 암흑물질 헤일로와
워프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암흑물질 헤일로가 완벽한 구형이라면 워프는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찌그러진
형태라면 다릅니다. 배경이 되는 중력장이 비대칭이 되니까, 그 영향으로 은하도 찌그러지죠.”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흩어진 작은 암흑물질 덩어리들이 아직도 중력에 의해 암흑물질 헤일로로 몰려든다고 예측
하고 있다. 눈덩이에 작은 눈을 뭉쳐 붙이면 혹이 난 것처럼 된다.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구형이던 헤일로도 작은 암흑물질이
붙으면 한 쪽이 불룩해진 형태로 바뀌는데, 그 결과 중력장이 기울어지고 은하도 왜곡돼 워프가 일어난다.
현재 전체 은하의 70%는 워프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워프가 ‘대세’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은하는 왜
아직 워프 여부를 확실히 모를까. 바로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집 안에만 있는 사람이 집의 겉모양을 알기
오히려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워프 현상이 있다는 ‘심증’은 있다. 예를 들어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바깥
쪽으로 약 3분의 2 정도 되는 위치에 있는데, 원반의 중심면을 기준으로 약 300pc 위쪽에 위치해 있다. 은하면이 살짝 위로
휘어 있다는 뜻이다. 김정환 연구원은 “가스(성간물질) 관측을 통해서는 워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별 관측 결과는 아직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은하는 주변에 은하가 적기 때문에 원인이 불분명하다. 안드로메다 은하가 현재 또는 과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미국 UC버클리 천문학과 레오 블리츠 교수는 2011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기고 글에서 대마젤란 성운 등 우리 은하 주위를 도는 왜소은하의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논란
중이다.

원반 위에서 본 은하. 우리은하를 위에서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막대나선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은하는 워프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약한 워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름치마 입은 우리은하
워프 말고도, 특이한 우리은하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은하 끝이 마치 치마 주름이나 만두피 끝자락
처럼 쪼글쪼글하게 접혀 있는 ‘스케일러핑’ 현상이다. 김성수 교수는 “우리은하의 원반 끝에서 발견한 현상으로, 아직 원인
전혀 모른다”며 “원인을 밝히면 교과서에 기재될 거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근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령 같은 ‘암흑’ 왜소은하도 흥미롭다. 원래 우리은하 근처에는 왜소은하가 20~30개 있다. 그런데 일반 은하와 달리 왜소
은하는 암흑물질의 비율이 훨씬 높다. 김성수 교수는 “은하의 경우 암흑물질과 물질의 비율이 7:1에서 15:1사이인데, 우리
은하의 1만분의 1 정도로 작은 은하의 경우 암흑물질이 압도적으로 많아 100:1을 훌쩍 넘곤 한다”고 말했다. 암흑물질은
관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암흑물질 위주로 이뤄진 왜소 은하는 설사 바로 옆에 있더라도 유령처럼 관찰하기 힘들다.
거대한 거품 모양의 고에너지 분출 구조물도 2011년 새롭게 발견된 모습이다. 은하 중심에 있는 팽대부를 기준으로 원반
위아래로 각각 약 8kpc(2만 5000광년) 높이의 감마선과 엑스선이 뿜어 나오고 있다. 아직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
는데, 팽대부 중심부에 가까운 곳에서 별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것이라고 추측하는 학자도 있다.
은하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막대나선구조가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10배나 많은 암흑물질 덩어리와 존재
조차 모르는 암흑 왜소은하, 그리고 휘어지고 주름지고 때로는 출렁이며 수십억 년을 보내는 은하의 새로운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낯설다. 스마트폰만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일이 아니다. 당신의 은하 지식도 업데이트해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몰랐던 은하의 새로운 모습은 계속 등장할 테니까 말이다.
○16광년 거리에 ‘제2의 지구’…“기후도 매우 흡사”

이달 초, 지구에서 13광년 떨어진 슈퍼지구형 행성 ‘캅테인 B’가 발견된데 이어 이번에는 16광년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지구유사 행성이 발견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우주과학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을 주축으로 구성된 다국적 천문조사팀이 또 다른
제2의 지구라 짐작되는 행성 글리제 832c(Gliese 832c)를 발견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앵글로 오스트레일리아 망원경(AAT, Anglo-Australian Telescope), 마젤란 망원경(Magellan II telescope), 칠레 라
실라 천문대 행성탐색 망원경(High Accuracy Radial Velocity Planet Searcher) 등 3가지 장비에 포착된
글리제 832c는 지구에서 16광년 떨어진 인디언자리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디언자리의 글리제 항성계는 적색왜성 글리제 832를 중심으로 2008년 확인된 행성 글리제 832b,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글리제 832c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리제 832c는 지구질량의 5배 규모로 대기와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유력한 제2의 지구, 즉 ‘슈퍼지구형 행성’으로 확인됐다.
‘슈퍼지구’는 지구보다 질량이 2~10배 크면서 대기와 물이 존재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행성을 통칭한다.
슈퍼지구의 특징은 중력이 강하고 대기가 안정적이며 화산 폭발 등의 지각운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글리제 832c는 대기온도가 지구와 매우 흡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웃행성인 글리제 832b는 목성과 비슷한 가스 행성으로 추정돼 글리제 항성계 자체가 우리 태양계와 매우
닮았다는 흥미로운 추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푸에르토리코대학 행성 거주 가능성 연구소(Planetary Habitability Laboratory) 디렉터 아벨 멘데즈 토레스는
“글리제 832c는 지금껏 발견된 슈퍼지구형 행성 중 가장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행성 TOP3에 들 정도로 지구와 유사
하다. 계절변화 차이가 심할 수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지구와 매우 흡사한 기후상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글리제 832c를 발견한 다국적 천문조사팀 측은 지구유사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지속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